전업엄마의 어플개발
업체가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면서 초반부엔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느라 바빴지만 어느 정도 틀이 다 잡히고 나니 정말로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때가 왔다.
뭐지? 그냥 이렇게 기다려도 되는 건가?
그럴 리가. 당연히 큰 착각이었다. 이제 이 어플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를 고민할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였다.
브랜딩: 브랜드에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를 불어넣는 과정.
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마케팅 수업으로 들어본 적이 있어 용어는 익숙했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당시엔 학교 밖의 하늘과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많던 나이였다. 그래도 꼬박꼬박 출석하며 귀동냥으로 들은 게 남은 지라 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역설하던 교수님 모습은 바로 떠올랐다.
그래, 내가 그 수업을 안 들었다면 브랜딩을 시작해야 되는지 조차 몰랐겠지만 난 그래도 브랜딩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가며 다시 한번 공부해 보자. 그날부터 또 도서관에 들락거리며 브랜딩 관련 책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집 근처 도서관은 한 번에 책을 5권까지 빌릴 수 있어서 주로 3권은 브랜딩 책, 2권은 첫째가 읽을 뽀로로책으로 빌렸다.)
특정 분야 책들만 골라 읽어본 사람들은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평소 비문학보다는 소설, 교양지식보다는 재테크 책을 좋아하는 내가 'AI', '브랜딩' 같은 한 분야 책들만 골라 내리읽다 보면 비슷한 말들이 반복되고 그 분야의 지식이 층층이 누적되어 가는 게 몸소 느껴진다. 물론 전문가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적어도 남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이다. 한창 한 분야를 파고 있을 때 친구가 요즘 읽을 만한 책이 있는지 추천해 달라고 하면 딱히 추천할 게 있진 않지만 그래도 그 분야에서 가장 쉽게 읽히던 책 한 권을 권해볼 순 있게 된다(추천해 준 책을 읽어봤을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점검한 건 로고였다. 당시에 열심히 구상한다고 만든 로고가, 이제는 조금 불안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배운 대로 로고를 다시 뜯어보니 갈수록 성에 차지 않았다. 어플이 출시되고 나면 베이비페어에 참가하여 홍보부스에서 어플을 홍보해야지 했는데, 지금 로고는 어플의 상징이 되기엔 힘이 약해 보였다.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아도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로고가 결국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외주업체에 지금 로고를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니 지금은 늦었고 2차 개발에 들어갈 때 바꿔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어쨌든 지금 로고의 문제점을 자각한 이상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2차 개발을 염려에 두며 계속 로고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이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제 홍보를 위한 원샷 메시지를 정할 차례다. 이 어플이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핵심 가치는 뭘까?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단순히 혜택을 정리해 주는 어플이 아니었다. 임신·출산 혜택과 정보를 쉽게 정리해 주고, AI 대화로 고민을 덜어주는 어플.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몇 가지 후보를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하루에 하나씩 후보 만들기. 간단하게 목표를 정하고 날마다 원샷 메시지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결과물은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최대한 핵심이 되는 가치를 녹아내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메시지를 생각했다.
놓치기 쉬운 정부혜택, 아이 성장에 맞춰 다 챙겨줄게.
육아의 모든 것, AI 육아비서 한나가 다 알려줄게.
딱 한 발자국만,
답답한 육아로부터 멀어지는 거리.
우리에게도 자비스가 필요해.
당신의 육아 AI비서, 한나.
브랜딩은 그 자체로 어플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들과 감정을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자체 브랜딩을 하며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개발보다 더 중요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 덕분에 내 머릿속은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메시지 등 온갖 홍보 문구로 가득했다. 이제 글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으니 지금 필요한 것은 수단이다.
사실 난 그 유명한 인스타도 잘하지 않는다. 예전에 잠깐 만들었다 유령 회원이 된 이후로 아이디도 기억나지 않았다. 관리하기도 귀찮고, 사진을 찍으려고 그 즐거운 순간을 놓치는 것 같아 과감하게 유행을 포기하지 오래였다. 유행은 내 관할이 아니었다. 그래서 유행에 민감한 친구들에게 요즘 사람들은 뭘 하며 지내는지, 어떤 SNS를 많이 하는지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요즘 애들은 쓰레드 많이 하던데?
쓰레드? 처음 들어본다. 이건 또 뭘까? 인스타가 최신이 아니었다니. 유행에 뒤처져도 한참 뒤처졌구나 하는 생각에 빠른 세월이 무섭기도 하고 나이 든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서 쓰레드가 뭔데??
- 다음 이야기: 제8화. 엄마아빠는 모두 어디에 모여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