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F1 유치를 반대합니다

F1은 축제가 아니라 5000억원짜리 사업

by 이진우

저는 약 2년 전부터 인천시의 F1 유치 내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이 내용으로 포스팅하기도 했고요. 당시는 영종도에 있는 산을 깎아서 경주장을 설립하고 F1을 유치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내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포스팅했던 것처럼 인천시는 F1 경주장 설립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인천시(영종도, 송도, 청라)에 시가지 서킷을 설립하고 F1을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바뀌었죠. 그리고 이와 같은 골자로 ‘F1 인천 그랑프리 기본구상 및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했고 이달 말에 완료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공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사업이 타당한지 조사를 하는 겁니다. 타당성 조사 없이 지방재정을 편성하면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거든요. 또 중앙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없고요. 그러니 법적인 필수 절차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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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성 조사를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이라는 곳에서 합니다. 지자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을 숫자와 논리로 검증해 주는 연구 및 컨설팅 민간 기관입니다. 한 마디로 “왜 이걸 해야 하는지”를 공무원이 잘 설명할 수 있게 자료를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볼 수 있죠. 즉 좋은 결과치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이 타당성 조사를 하고 F1 인천 그랑프리 기본구상은 독일의 틸케(Tilke)가 합니다. 틸케는 서킷 및 인프라 설계 전문 회사입니다. 세팡, 바레인, 야스마리나 서킷을 디자인했고요. 우리 영암 서킷도 틸케가 했습니다.

틸케가 기본구상을 한다는 건 인천 어딘가에 서킷을 그렸다는 뜻입니다. 서킷 길이, 너비, 고도차, 교통 접근성, 소음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장소에 시가지 서킷을 그렸을 겁니다. 그리고 유치가 확정되면 틸케가 실제 설계를 하겠죠.

인천시는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를 발표를 하면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 수치를 보세요. 타당성 조사가 아주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이렇게 멋진 서킷을 완성할 겁니다.
역대 최고의 F1 경주장이 될 겁니다.
그러니 인천은 꼭 F1을 유치해야 합니다


자! 그러면 다시 원론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1. 인천시는 왜 F1을 유치하려 하나?

애초에 인천시는 APEC과 F1을 동시 유치하려 했었습니다. 세계 정상들이 인천시로 모이고,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매년 인천시에서 열리면 도시 브랜드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죠. 정상급 국제회의와 국제 이벤트 유치는 지자체장의 행정 성과로 다음 선거에서 크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APEC은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F1인데, 이것마저 놓치면 유정복 인천시장은 입지는 조금 난처해질 수 있죠. 자신이 밀던 큰 이벤트 두 개를 놓치게 되는 셈이니까요. 가뜩이나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물론 선거 때문에 F1을 유치하려는 건 아닐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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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천시의 F1 유치는 무슨 이득이 있지?

인천시는 “F1의 누적 관중 600만명, TV 시청자 15억명”이라며 “TV 중계로 도시 인지도가 상승하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소비가 높아지며, 기업 유치와 투자를 촉진해 부수적인 경제효과도 얻을 수 있다"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이 내용 어디서 많이 봐왔던 내용 아닌가요? 이런 논리는 전형적인 이벤트 홍보 논리와 같습니다. 또 여기서 핵심은, 이게 대부분 추정(예상)이라는 점입니다. 관광객이 얼마나 와서 돈을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 모르죠. 그저 추정만 할 뿐입니다.

특히 F1은 수익을 내는 게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F1의 수익구조는 개최 도시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F1은 상업적 권리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상업적 권리란, 개최권료, TV 중계권료, 그리고 광고 스폰서십입니다. 그러니까 F1으로 인해 생성되는 대부분의 수익을 F1이 다 가져간다는 뜻이죠. 그러면 개최 도시는 뭐로 돈을 벌까요? 티켓 판매와 로컬 스폰서십, 매점, 부대행사 등입니다. 즉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쓰는 돈만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F1은 대부분 계약이 선지급 + 매년 인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개최 도시 입장에선 비용이 매년 자동으로 커지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러면 인천시에서 F1이 개최되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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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천에서 F1이 열리면 돈이 얼마나 들어?

인천시는 이미 기본구상 및 타당성 검증 및 수수료로 13억80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소음과 교통 등의 환경평가, 각종 설명회, 법률 자문료 등 기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겁니다. 약 40억원을 예상해 봅니다.

유치가 확정됐다면 서킷 비용입니다. 인천시는 서킷을 건설하지 않는다며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시가지 서킷 준비 공사 비용이 4억 달러(약 5800억원)까지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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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용역/검증/자문 등 40억원

서킷 설립 및 인프라 구축 3500억원

개최권료 500억원

합계 5040억원


대략 계산해 봐도 매년 5000억원 정도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5년을 하면 2조5000억원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수준이고, 실제로는 더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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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천시에 이렇게 많은 돈이 있어?

인천시는 국비 30%와 민간 자본 조합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국비 30%는 현재로서는 불가합니다. 국제 경기 대회 지원법엔 올림픽, 월드컵이 있지만, F1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법령이 개정돼야 합니다. 법은 그냥 바꿔주는 게 아닙니다. 인천시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민간 자본이 들어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최권료는 매년 오르는데, 수익(티켓)은 날씨, 교통, 여론에 따라 출렁입니다. 이건 F1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F1은 ‘민간이 고객이 아니라 공공인 경우가 많다’고 연례 보고서에 적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보면 인천시는 국비지원도 못 받고 민간 투자도 없습니다. 매년 5000억원(예상)씩 지방세로 충당해야 합니다. 인천시의 2026년도 예산이 17조원입니다. 매년 3%씩 F1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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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천시가 잘할 수 있을까?

자! 우리는 이미 한 번 F1을 크게 말아먹은 적이 있습니다. 인천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을 겁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인프라가 완벽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영암보다 인천이 월등히 좋은 여건입니다. 그래서 인천시는 지속적인 적자를 감당할 수 있습니까?

영암이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자빠진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최권은 지난 2010년 영암 때보다 2배 이상 비싸졌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이고, 아직 민간 투자(프로모터)도 없습니다. 물론 인천이 영암군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갖고 있지만, 매년 수천억원씩 고스란히 F1에 내야 하는 건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돈이 모두 국민 세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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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F1은 축제가 아니라 사업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를 우리 도시에서 연다’는 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사진도 멋있고, 영상도 화려하겠죠. 하지만 인천시가 판단해야 할 기준은 이미지가 아니라 숫자입니다. F1은 축제가 아니라 사업이고, 사업은 결국 돈의 논리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F1 개최 도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흔히 말하는 도시 홍보 효과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대부분 추정치에 불과합니다. 적자가 나면 “생각보다 효과가 작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F1은 그런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구조입니다. 국비 30%는 가정이고, 민간 자본은 손실을 떠안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남는 청구서는 누가 감당할까요? 결국 인천시, 그리고 시민의 세금입니다.

지금처럼 계약 조건과 비용 구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유치부터 하자’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성공하면 업적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큰 상처를 남깁니다. 우리는 이미 영암에서 그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인천시의 F1 유치가 잘 하는 건지 싶습니다. F1은 낭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도시는 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한 재정 위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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