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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13. 2018

자동차 관련 세금이 담배보다 많다고?

자동차 세금이 11가지나 된다

이전 정부는 자동차 세제 개편을 위한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주요 골자는 이렇다. 배기량에 따라 내는 세금을 자동차 가격에 따라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로 국산차와 수입차는 배기량이 같더라도 가격이 많이 차이 나는데 세금이 똑같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리 있어 보이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 만들어낸 오류였다. 소비자들은 처음 차를 살 때 자동차 가격에 따른 취득세와 등록세 등의 세금을 냈다. 즉 배기량이 아닌 가격에 따라 세금을 냈음에도 매년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것은 비싼 차를 산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이 또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전 정부가 이러한 세제 개편을 추진했던 배경엔 세수를 늘리고 국산차 판매량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 수입차가 폭발적으로 늘면 국산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수입차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 국산차 판매도 늘리면서 세금도 더 많이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 생각한 것이다.      


정부는 묘수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에게 악수가 될 뻔했다. 자동차 세금 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자동차 가격으로 산정할 경우 연평균 1조~3조 원 정도 세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가격에 따라 매년 세금을 내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싼 차를 사게 될 것이고 따라서 세금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세금을 높여 수입차 판매량이 줄어들면 자유무역협정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 무역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      

BMW 520d는 구매할 때 취등록세로 464만원을 낸다. 쏘나타(157만9000원)보다 월등히 많다.


이미 자동차 오너들은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차를 사면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고 보유하면서 지방교육세와 자동차세를 낸다. 기름을 넣으면 관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교통세, 부가세 등이 붙는다. 그런데도 이전 정부는 자동차 세금을 더 올려 국민에게서 더 많은 돈을 뜯어가려 했다. 다행인지 몰라도 지난해 말 추진했던 자동차 세제 개편 꼼수는 흐지부지됐다.


자동차 관련 세금이 너무 과중하다는 것은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국민이 자동차를 사고 운행하면서 내는 세금만 11가지나 된다. 담배에 붙는 세금 목록(6가지)보다 많다. 자동차와 별 연관이 없는 교육세를 내고 한집에 자동차가 1대 이상인 세상인데 개별소비세를 내는 것도 이상하다. 우리보다 잘 사는 독일보다 1.6배나 많은 세금을 내고 미국에 비하면 5배에 달한다.


정유, 철강, 금융 등 여러 산업과 맞물려 있는 자동차 산업은 국가경제를 뒷받침하는 큰 틀이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다. 현대, 기아차의 판매량이 많이 떨어졌고 한국지엠과 쌍용은 적자에 허덕인다. 오죽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까. 차가 팔리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그 밑에 있는 하청업체들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계속되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는 경기가 어려울 때 내수 진작을 위해 인심 쓰듯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주고는 했다. 반짝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개소세를 올리면 자동차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졌다. 미래 수요를 당긴 것이니까. 이런 언 발에 오줌 누는 근시안적인 정책보다는 좀 더 먼 미래를 봐야 한다. 꾸준한 자동차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차를 사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갖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전 정부들은 지속적으로 세금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휘발유 세금 비중이 53퍼센트였는데 2016년에 63퍼센트로 높아졌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도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서민에게 자동차는 생계를 위한 필수품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치품에나 부과하는 개소세를 부과했다.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도 세금을 야금야금 올리면서 자동차 오너 주머니를 노렸다. 그렇게 자동차 오너들은 매년 40조6000억 원이나 하는 돈을 국가에 헌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자동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상황이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세금을 낮춘다면 차를 사고 운용하는 부담이 줄면서 판매량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서민의 생활환경과 생계 그리고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자동차와 관련 과중한 세금을 낮추는 것이 본격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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