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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May 15. 2018

자동차 회사의 기회의 땅 아프리카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 아프리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PSA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항구도시 월비스베이에 건설 중인 조립공장을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아프리카 시장을 고려해 푸조 3008과 오펠 그랜드랜드 X를 생산하게 된다. 이후 PSA는 2025년까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이라 했다. 

지난 3월 14일엔 기아차가 이집트에 240만 달러를 투입해 조립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생산 규모와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장 근로자 1000여 명을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이미 2016년 알제리 공장 건립에 들어가 지난 3월 12일에 스포티지 1호차를 생산했다. 

이 외에도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월 케냐, 9월 르완다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BMW는 이미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X3를 생산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4억2000만 달러를 더 투자해 연간 7만6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닛산도 남아공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고 중국의 BAW와 인도의 마힌드라도 남아공에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아프리카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는 13억 명에 달하고, 경제발전 속도가 굉장히 빨라 자동차 소비 인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동아프리카는 연평균 7.1~7.6퍼센트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6.9퍼센트)을 웃돈다. IMF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10개국 중 6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고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프리카가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면 2025년엔 아프리카에서 자동차 소비 인구가 1억 명에 달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에 2888만대가 팔렸다. 

지리적 이점도 있다. 아프리카는 유럽, 중동과 근접해 있어 물류비용이 적다. 유럽 시장은 정체라고 하지만 중동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5년 새 2배 넘는 자동차 판매를 기록했고 터키도 지난 5년 동안 20퍼센트 넘는 판매 신장을 보였다. 

비용 절약 측면에서도 아프리카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프리카는 인건비가 중국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진출했던 여러 외국기업이 유턴하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도 본토를 떠나 아프리카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인건비가 7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패스트패션 업체 유니클로는 “중국과 동남아 생산 거점의 인건비가 너무 높아져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세우고 생산량을 점점 늘릴 것”이라 밝혔다. 에티오피아의 일반 공장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50달러 정도다.

아프리카의 소비재 판매량이 극히 적었던 건 인구가 많아도 대부분이 빈곤층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외국 기업이 진출할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아프리카의 빈곤은 악순환됐다. 그런데 아프리카가 경제발전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미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한 수많은 제조업이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제조업 인구 1명당 서비스업 인구 1.6명이 파생된다고 하니 여러 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이고 그렇게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전기차 시대로 가는 지금, 여러 자동차 제조사는 현금이 절실하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 당장 전기차를 팔아도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선 내연기관차를 더 팔아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에게 13억 인구가 꿈틀대는 아프리카는 전기차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오기까지 내연기관차로 돈을 벌 기회의 땅이다. 10년 전,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으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이젠 검은 대륙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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