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지만 코로나19는 올림픽과 함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단다
일본이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강행할 모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유로 1년 연기하자는 의견을 내비쳤지만, 아베 신조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던 아베가 미국 대통령의 뜻에 반한 건 뜻밖이었다. 그렇게 아베의 의지대로 그리스에서 성화가 채화됐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는 성화 채화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채화 장소인 그리스 올림피아엔 관중이 없었다. 그리고 그리스 정부는 “성화 봉송의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성화는 채화 후 그리스에서만 3200km를 달리고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만 붙이고 모셔둔 뒤 일본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은 개최국뿐만 아니라 그리스에게도 큰 축제인데, 그리스는 축제의 경제효과보다는 자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여러 스포츠 이벤트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F1 개막전인 호주 GP(3월 15일)가 취소됐고 바레인(3월 22일)과 베트남(4월 5일), 중국 GP(4월 19일)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네덜란드와 스페인 GP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지난 15년간 F1을 꾸준히 봐왔는데, 어쩌면 올해는 F1 경주를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국내 모터스포츠 팬들을 흥분하게 했던 포뮬러 E 서울도 연기됐다. 알레한드로 아각 포뮬러 E 회장은 “지금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할 시기이기에 두 달간 시즌을 잠정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해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경주가 연기됐다.
이 외에도 많은 관중이 모이는 여러 스포츠가 무관중으로 열리거나 취소 및 연기되고 있다. 야구와 축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를 좋아하고 특히 모터스포츠 광팬인 나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인류의 안전을 위한 조치니, 어서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희망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듯 스포츠 행사들이 취소 및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일본은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올림픽을 위해 35조5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썼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되면 이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올림픽을 1~2년 늦춘다면, 또다시 준비해야 하니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대안으로 떠오른 무관중 올림픽은 개최했다는 의미만 있고 내용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세계인의 관심을 받을 수 없고, 경제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어떻게든 개최하고 싶은 거다.
더불어 올림픽은 아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고 치적으로 기록하기 좋다. 자신의 임기 중 올림픽을 유치하고 개최하며 그동안 있었던 사학 스캔들과 벚꽃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을 덮으려는 더러운 속셈이다.
아베 정권은 올림픽이 열리는 7월이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아베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인의 희망이기도 하다. 누구나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며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 어서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전문가들은 사스 사례를 들면서 “코로나19가 도쿄올림픽 개최 전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의 종식 선언을 2003년 7월에 했다. 8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코로나19가 올해 초 발생하고 사스보다 감염률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안타깝지만 코로나19는 올림픽과 함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올림픽에 비할 건 아니지만 <모터트렌드>도 일찍이 이 땅에 없었던 자동차 이벤트를 상반기 개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모터트렌드>의 시그니처 이벤트가 된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낮이 아닌 밤에 트랙에서 개최한다. 트랙에서 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모든 퍼포먼스를 끄집어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자동차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해보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이벤트 형식의 변경이 아니라 자동차 이벤트 개념의 확장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많이 기대해주기 바란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지리멸렬하고 재미없으며 때로는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온다. 그럼에도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지속하는 건 참가자들의 미소와 격려 그리고 약간의 성취감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지속되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이벤트를 시행할 수 없다. 아베처럼 무리하게 밀고 나가고 싶지도 않고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지도자가, 정치적 입지와 치적을 위해 올림픽을 강행하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약 그 나라 국민이었다면 도저히 용납이 안 됐을 것이다.
나 또한 올림픽이 열리길 희망한다. 4년간 올림픽만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던 세계 최고 선수들의 기량과 퍼포먼스를 보고 싶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시차도 없으니 TV 생중계로 보기에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전염병의 위험과 함께하는 올림픽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다. 봐도 즐겁지 않을 것이고 선수들만 걱정될 것 같다.
아쉽지만 지금 상황에선 상반기에 <모터트렌드>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최한다고 해도 참가자가 많지 않을 것이고, 참가자들도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면 그때 즐거운 마음으로 독자들과 함께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아주 특별한 곳에서 마스크 벗고 ‘광란의 밤’을 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