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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 Jul 23. 2024

아빠의 정년


지금까지 대학에서 교수로 계시던 아버지께서 정년을 하십니다.


딸로서, 항상 내 가장 깊숙한 곳 자부심의 원천이었고 삶의 푯대가 되신 아버지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새벽에 자다 깨 보면 옆방에서 아버지가 열심히 논문을 읽고 계시거나 타닥타닥 논문을 쓰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옆에서 보여주신 삶 전체를 통해서, 아버지는 항상 [진리]를 찾기 위해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그리고 깊숙하게 매진하셨다는 것을 압니다. 학자로서 정말 모범적인 삶이었고, 뒤따르는 저희들에게도 정말 좋은 본보기셨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삶이 제게 표준이었기 때문에, 저는 항상 제 삶이 부족한 것을 깨닫습니다. 


또한 그렇게 책과 논문에만 매몰된 삶이 아닌, 삶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주셨던 아버지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쉬쉬 하였던 일, 약자들이 소리 없이 아파하는 일에 누구보다 더 크게 소리 내길 주저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였던 것을 압니다. 그 덕에 저희들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옳은 가치를 위해 필요하면 소리 내고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어깨 너머 나마 배웠습니다.


진리와 정의가 아버지의 그동안의 삶을 대변한다면,


이제 남은 날들은 좀 더 [자유] 로워 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못 가보셨던 멋있는 장소들과 


못 만나셨던 따뜻하고 재미있는 사람들


흥이 많으신 우리 아버지를 춤추게 만드는 일들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삶이, 진리, 정의, 자유의 가치로 넘쳐날 수 있도록


저희들은 항상 아버지를 지지하고 응원할게요.


정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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