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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May 13. 2021

7년 된 고깃집을 정리하며

세 가지를 못지켜서 망해버린 사장 이야기

2015.05.19 개업 전 날. 이날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시골에서 참 만들던 큰 손 엄마, 미식가 아들,  마당발 아빠. 이렇게 셋이 시작한 고깃집. 기름이 유달리 고소한 삼겹살, 밭에서 따오는 싱싱한 야채가 자랑인 신씨네 돼지고기 집, '신돈'.  희대의 역병을 핑계 삼아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오랜 고민과 달리 간단한 폐업 절차에 기분이 묘했습니다. 시원섭섭하다는 엄마의 쓴웃음. 담배 세 개비를 연이어 피시며 간판만 바라보는 아빠의 뒷모습. 손님과 집기 그리고 연기로 가득 찼던 고깃집의 모습은 더 이상 없습니다.

텅 빈 가게의 모습, 떠날 준비하는 집기들이 쌓여있다.

물건을 정리하고 테이블 2개 남은 텅 빈 가게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물건은 썰물처럼 떠났건만 가게와 함께한 지난 시간은 밀물처럼 밀려와 마음에 스며듭니다. 마음에 뭉클한 파도가 칩니다. 눈을 꼭 감아 파도를 막아봅니다.


웃음이 나고 한숨도 나오고 허탈도 합니다. 그리고 막연해집니다. 


난 이제 뭐하고 살지? 


취업을 하기에는 나이도 많고 스펙도 없기에 다시금 도전하여 장사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고깃집을? 아니면 다른 업종으로...? 떨리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치킨 한 세트 뚝딱(?!)하고 바로 누워 잤습니다. 폭식과 먹고 바로 자는 최악의 두 가지. 희한하게 이성을 찾고 냉정 해지네요. 새로운 시작에 앞서 과연 내 실패의 이유, 좌절의 이유가 정말 희대의 역병이 주요한 이유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핑계와 회피의 달인으로 거듭난 내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냉정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이유 혹은 원인을 마주해야겠습니다.


포스트잇을 샀습니다. 장사를 하며 내가 잘했던 일, 아쉬웠던 일, 실수했던 일, 낭비했던 일 등등 떠오르는 일들을 적어 벽에 붙였습니다. 머리로 하는 고민은 끝없는 합리화가 더해지기에 부정하고 회피할 수 없도록 하나씩 썼습니다. 벽면 가득한 메모를 하나씩 다시 봤습니다. 희대의 역병 코씨의 혐의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야 보이네요. 고깃집이 망한 세 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눈에 보이는 일만 했다는 점 


2. 적극적 홍보 없이 입소문만 기다렸던 것


3.  맛과 영업시간의 일관성 부족


누구나 이 세 가지를 읽으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걸 놓치다니!!' 라며 탄식하시겠죠. 기본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기본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그래서 숙지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피로가 쌓이는 몸과 원가절감의 유혹에 기본은 무너집니다. 기본이 어렵다는 말은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인가 봅니다. 제가 놓친 세 가지 기본은 게으름과 착각에서 시작됬습니다. 고민과 배움을 미루고 컨디션과 품질을 '프로'답게 관리하지 못한 제가 원인인 것이지요.


폐업한 고깃집에서 돌아보는 세 가지 기본을 일주일에 한번만 읽고 돌아보길 바랍니다. 저처럼 망하진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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