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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Feb 24. 2023

예쁘니까, 한번 더 같이

봄과 겨울이 함께한 꽃바구니 함께 보기


사랑스러운 꽃바구니

  서류와 식물에 파묻혀, 정신없이 사는 나에게. 오늘도 아내는 아름다운 꽃바구니를 가져다줬다. 아내가 꽃바구니를 만들면, 내가 사진을 찍는다. 오후 3~4시쯤 해가 기울어지는 시간. 나는 가장 예쁜 각도를 찾아 사진에 담는다. 이때 사진을 찍으면 꽃들이 가진 고유의 색감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많다. 사실 이때는 강한 햇볕에 고유의 색이 사라져 버려 항상 아쉽다. 올해는 열심히 '도토리'를 모아 스튜디오를 구성하는 게 꿈이다. 언제든 이 아름다운 색감을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튤립 안녕?

 바람이 차던 날. 이렇게 사랑스럽고 따스한 꽃바구니를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사진을 찍으며 받았던 감동을, 그분도 느끼시길 바라며. 다시금 꽃을 회상한다. 은은한 오렌지색 튤립이 시선을 끌고, 자유분방하게 뛰노는 설유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바구니. 문득 사람들은 나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주로 듣는 이야기는 '하얗고 크다.', '코카콜라 백곰 같다.' 흠... 나는 오렌지 튤립처럼 사랑스러워 보이긴 힘들까.


자세히 보면 오렌지, 핑크, 화이트, 그린, 연보라색. 다섯 가지 색깔이 어우러져있다. 연보라색이라고 칭했지만, 조금 더 탁한 그 어딘가의 색감도 있고. 핑크색으로 분류되지만 명도가 높아서 '베이비핑크'로 불리는 장미도 있다. 혹여나 사진을 확대해서 보게 된다면, 오렌지색 튤립 꽃잎에 섞인 연주황색, 연노랑색, 빨간색도 만날 수 있고, 미세한 줄무늬도 보인다. 오늘도 나는 관찰의 세계로 떠나본다.


이베리스
스카비오사 옥스포드 화이트


조금 더 자세히

 이베리스는 하얀 꽃이 가장 유명하다. '눈꽃'으로도 불리는데, 작은 꽃들이 모여 원형을 이룬다. 얼핏 작은 수국처럼 보이나 아련하고 은은한 느낌이 훨씬 좋다. 줄기가 길어야 성인 남자 한 뼘 반쯤 되는 꽃. 유럽에서는 정원수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노지월동되는 강하고 잘 번지는 꽃을 찾는다면 이베리스는 좋은 선택. 다시 플로리스트로 돌아오면...! 이베리스는 사랑스럽고 아련함을 표현하기에 참 좋은 소재다.


이베리스는 겨울에 주로 만난다면, 우리 매장에서 1년 내내 가장 많이 쓰이는 아련한 소재는 바로 이 친구. 스카비오사 옥스포드 화이트. 대체하기 힘든 아름다운 꽃. 자유분방하게 자라서 주로 굴곡이 있다. 그 덕에 과감한 포인트로, 프렌치 스타일 꽃다발에 자주 보인다.


이베리스와 스카비오사의 공통점이 있다. 대체하기 힘든 아름다움, 야리야리한 자태덕에 비싸다. 무심하게 하나 더하기엔 가격은 사악하다. 그래도 오늘 딱 세 송이의 꽃으로 마음을 전한다면, 나는 화이트 카라와 스카비오사, 이베리스를 하나씩 선택할 거다. 세계 3대 절화. 장미와 튤립, 카네이션이 보여줄 수 없는 설렘이 있는 귀여운 꽃이니까.


설유화
스위트피 화이트


니가 왜 벌써, 너는 왜 아직

 도로가 주변이나, 공원 입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설유화. 4월에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다. 작은 꽃들이 연두색 잎과 어우러져 봄바람에 하얀색 향기를 더하는 꽃. 장점은 꽃이 많이 핀다는 점, 단점은 꽃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 자유분방하게 뻗어가는 저 줄기가 나부터 만났으면, 이 세상에 아름다운 절화로 등장하지 못했을 거다. 나는 곧게 만드려 무슨 수든 썼을 테니.


스위트피 혹은 '또'위트피. 그 상큼함은 여전하고, 비싼 가격도 여전하다. 그래도 오래가고, 집에 '꽃'이 있다는 확실한 존재감을 향으로 알려주는 친구다. 절기상 '경칩'이 지나면 슬슬 보이지 않는데, 우리 동네에 이른 산수유가 피는 걸 보니, 다음 주면 못 만날 것 같다. 이 상큼한 향기를 글로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식이 아니면 표현의 한계가 있어서, 나는 예쁘게 사진으로 담아 전해본다.

 

키르탄서스
프리틸라리아


키르탄서스와 프리틸라리아

 오늘 몇 번을 읽었는데, 키르탄서스는 입에 안 붙는다. 수선화 사촌이라 보면 된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저 색감을 보라. 프리틸라리아도 역시 확실하다. '나 여깄 다!' 라며 저 작은 꽃잎이 소리친다. 꽃잎이 온전한 흰색이었다면, 이렇게 눈에 띄었을까. 연한 연두색 줄무늬가 더욱 또렷하게 꽃잎을 보여준다.


꽃들을 보다 보면 자신만의 생존전략이 확실하다. 특히 하얀색 꽃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강렬히 뽐내기 위해, 저마다 특징이 있다. 향이 강렬하거나, 꽃가루가 잘 날리거나, 꿀이 많거나. 프리틸라리아를 바라보면 저 품 안에 날아들어가 편히 앉아 노란색 꽃가루와 장난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내가 벌이라면.

 


오늘도 아름다운 그대

 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고, 미소도 지어진다. 향도 맡아보고 조심스레 꽃잎에 손 끝을 가져도 가본다. 이름도 찾아보고, 꽃말도 찾아본다. 특히 꽃말은 좋은 게 나올 때까지 찾고 그것만 기억한다. 정말 살벌한 꽃말이 나오면, 아름다움만 집중한다..^^;


1시간이 금방 지났다.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항상 괜한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나를 다시 반성한다. 자, 다음 꽃바구니는 어떤 꽃들이 가득할까. 항상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해 주는 그대에게 감사하며, 내일을 설레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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