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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Feb 23. 2023

순수한 조식의 기록 #1

너무 맛있어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읽으면 오오오

 Koh가 섬이니까. 우리 방은 '와야이 섬'이란 뜻일까? 눈을 뜨자마자 나는 와이프에게 외쳤다. '조식'. '버기'라고 하는 전동카트를 부르지 않고 식당까지 걸어갔다. 습습하지만 이곳의 아침을 즐기고 싶었다.



한국에서 정말 귀엽게 크던 식물들이, 여기선 어마어마하다. '자이언트 스킨답서스'라는 품종이 있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다. 높은 습도와 뜨거운 태양열을 즐기는 열대 식물들. 그 진짜 모습을 만나니 너무도 설렜다. 그 설렘을 모기들도 알았는지, 우리를 신나게 물어뜯으셨다.



로비까지 245 계단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빨리 걷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사진을 찍다가 계속 물렸다. 참 와이프가 보살이다. 그렇게 사진 찍어도 기다려주고, 참아주다니.



혹시나 출렁다리가 아래로 출렁해버릴까 봐. 나는 와이프를 보내고 한참 확인한 뒤 건넜다. 너무 숨차고 힘들었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본 코사무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바다와는 너무도 다른 이국적인 모습에. 나는 계속 미소 지었다.



 크리스마스에 서양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 우리가 갔던 11월 말은 비수기라고 한다. 덕분에 항상 좋은 자리에서 즐겁게 보냈다. 리조트 조식 뷔페는 역시나 '서양 스타일'. 아시아 음식은 태국 전통음식 정도였다. 치즈나 소시지, 빵 종류가 참 많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향긋한 에스프레소를 시작으로, 나는 리조트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과감하게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원샷할 용기는 없어서, 살짝 찬물을 탔다. 그리고 음미하는 척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진한 카페인으로 적셔진 위장은 나에게 말했다.


'자 드가자'



첫 번째 접시는 크레페

 내 취향에 맞춰 즉석에서 만들어주셨다. 크레페 반죽 자체의 귀리 같은 구수한 단맛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좋아서 참 좋았다. 이렇게 얇게 구웠는데, 고르게 색을 잘 내어 주셔서 놀랬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확 부었다가 팬케이크가 된 적도 있고, 센 불에 하다가 튀김을 만든 적도 있다. 그래서 그냥 사 먹는다.



두 번째 접시는 에그 베네딕트

 핵심은 계란 익힘 정도다. 'Poached Egg' 일명 수란이 돼야 한다. 모양 잡는 것이 두려워 방치했다간 흰자가 너무 얇아서, 쉽게 터지기 일쑤. 계란이 모양도 참 예쁘고 잘 익혔더라. 에그 베네딕트에서 '수란'이 태양이라면 그 위를 수놓는 예쁜 노란색 소스. 홀랜다이즈 소스는 학이다. 상상해 보라.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가로질러 나르는 학 한 마리. 정말 절경 아닌가. 둘 다 이 아침요리에 있어 아름답고 필수적인 요소다.


홀랜다이즈 소스는 계란 노른자를 베이스로 만드는데, 아참. 이런 식으로 요리 하나씩 설명하다간 올해 안에 신혼여행 일지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 같다. 홀랜다이즈 소스는 먹자마자 '살찌는 맛임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바닥까지 긁게 되는 마성의 새콤한 소스' 라 표현하고 싶다.



세 번째 접시는 소화가 잘 되는 밥

 베이컨, 소시지, 오리, 돼지고기, 태국 나물무침에 소화가 잘 되는 흰쌀밥을 곁들였다. 이때만 해도 흥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결혼한다고 열심히 뺐던 살을 다시 찌우기 싫었다. 하지만 나는 먹고 있었다. 지금 이 식단을 다시 보니 키토제닉이 따로 없다. [지방 70% 단백질 25% 탄수화물 5%]는 맞는 것 같은데... 트랜스지방만 45%는 될 것 같다.



네 번째 접시는 본격 서양식

 양심상 중간중간 야채를 먹으려 애썼다..! 그때 옆에 계신 분께서 빵을 한가득 썰어다 구워드시는 걸 봤다. 너무도 맛나게 드시길래 종류별로 가져왔다. 나는 빵에 버터나 쨈 바르는 걸 귀찮아했다. 치아바타, 바게트 같은 빵을 바삭하게 구워 먹는 걸 좋아했다. 연애 중 와이프덕에 빵에 바르는 기술을 터득하고서 귀찮아 하기엔 너무도 소중한 맛이란 걸 알았다. 다양한 빵과 버터, 소스, 잼을 모두 먹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구운 잡곡빵에 '가염 버터'를 펴 바르고 살구쨈을 바른 후, 피칸을 잘게 부수어서 그 위에 뿌렸다. 이 아름다운 토스트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개운하게 입을 정리했다. 그리고 만난 바삭한 한 입. 송곳니가 빵의 절반을 누르고 입천장에 다인 피칸이 다시금 혀로 안착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정말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구나. 질 좋은 버터와 고급 견과류의 1악장 그 자체로도 설렜다. 고요하고 묵직한 (혈관암살자) 맛이 가시기 전에 상큼한 살구쨈의 노래가 시작됐다. 아 너무 좋았다. 나는 정확히 같은 조합으로 크루아상을 연주했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배가 고프다.

아직 접시가 남았지만 내일 아침을 위해, 코사무이 신혼여행 2일 차 조식 이야기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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