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임스 Feb 21. 2023

날개를 펼쳐준다더니

식욕을 펼쳐주고 떠난 그대를 떠올리며


살아있습니다

 신혼 첫날밤.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간신히 침대에 올라 잠이 들었다. 무사히 아침을 맞이한 나는 바깥 풍경에 감탄했다. 어떤 형용사를 더해야 할까. TV 속 열대지방의 모습. 그대로였다. 잘 관리된 열대정원과 기분 좋은 플루메리아 (태국에서는 릴라와디, 릴라왓이라고 부른다) 꽃 향기. 너무 좋았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좋은 것만 있을 수가 있나.


 

 어서 와, 섬 날씨는 처음이지?

우리 아빠 TV채널 돌리는 것처럼, 몇 분 단위로 바뀌는 날씨는 정말 난감했다. 쨍한 날씨에 카메라를 들고나가면 갑자기 비가 오고, 맑은데 갑자기 습해져서 뿌옇게 바뀌기도 한다. 이제 내겐, 제주도 날씨는 변덕축에도 못 낀다. 뭐 태국이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는가. 한국 8월은 최강 아닌가. 공식날씨 섭씨 37도, 습도 80% 일 때, 아스팔트 위에서 자전거를 탔던 나에게. 태국의 여름은 귀여웠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카메라가 다칠까 봐 무서웠을 뿐이다. 


카메라는 잠시 넣어두고, 방에서 세 걸음이면 도착하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신나게 놀았다. '프라이빗 풀'이라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막상 체험해 보니 이만한 재미가 없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다가, 부모님이 끓여주시는 닭죽 먹고 다시 들어갔다가... 지치면 다시 나와서 뭐 먹고 물놀이하던 때가 생각나는 순간. 먹고 놀고 얼마나 했는지, 맨날 붙어 있는데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우린 참 재미나게 놀았다.



 본토에서 먹어보는 맛

내가 살기 위해 마시는 3가지가 있다. 핫식스, 몬스터, 레드불. 태국의 찐 레드불은 어떤 맛일까. 맛은 똑같았다. 다만 박카스병에 마시니 조금 더 약 같은 느낌과 뭔가 더 강해지는 기분. 레드불은 광고에서 '날개를 펼쳐줘요'라고 하는데, 나는 식욕이 펼쳐졌다. 개운하게 먹고 나니 힘도 나고, 입맛이 당겼다.


망고스틴은 뷔페에서 꽁꽁 얼어 있는 것만 보다가, 생과일을 처음 먹었다. 가이드님께서 하루정도 물에 담가두라고 하셨다. 이유는 숨어있는 '개미'들을 잡기 위해서. 개미시체를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됐다가도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그 달콤한 향에 이미 나는 입에 넣고 있었다.


아... 돈 벌어야지. 또 와야지. 그래, 과일은 동남아여.


 

아니 방금 맑았잖아

 레드불 사진은 10시 38분이다. 해가 쨍쨍하다. 5분 만에 비가 저렇게 온다.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와 함께, 음식도 내려갔다. 편의점에서 가이드분께서 추천해 주신 태국 과자들과 말리 주스로 배를 채웠다. 생각해 보면 정말 살찌는 식사다..^^;;


(사실 둘째 날 조식 이야기가 빠졌다. 지금은 정신이 너무 맑다. 조금 더 정신이 흐려지면 조식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나는 수많은 뷔페를 다녔던 경험으로, 모두의 입에서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라는 소리가 나오도록 음식을 조합하는 능력이 있다. 기대하시라. ) 



잠시 쉬는 시간

 습도 높다고 도망갔다가, 애써 맑아지면 물에서 놀고, 비 온다고 도망갔다가, 다시 욕조에 물 받아 놀았다. 물이 싫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나는 일은 잊고 오로지 재밌게 노는 것에 집중했다. 곳곳에 있는 고급리조트의 친절함을 느끼며. 정말 푹 쉬었다. 자 이제 사돈에 팔촌까지 연락 오게 만들었던, 둘째 날 조식 리뷰를 할 시간.


커밍 순!


-

-

-


#코사무이 #신혼여행 #태국여행 #글쓰기 #글루틴 #팀라이트

작가의 이전글 불안과 걱정이 밀려올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