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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Aug 11. 2018

[Essay] 서른이 되길 잘했다

2017년 일기장에서

서른이 되기를 잘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내가 의지로 나이를 선택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혹은 한국 사회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30대 여자'로는 보이고 싶지 않으니 반대로 30대로의 진입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척하는 고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알고 있다. 순응하든 순응하지 않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든 시간의 흐름은 피할 수 없고 비가역적이라는 사실 말이다. 다만 수많은 필연과 우연이 반복되는 시간 속 "놓쳤던 그 기회는 스치는 우연이었을 뿐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상황이 필연일 것이라고" 위로하며 살아오던 내가 바로 지금 '서른'을 만난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본 말이다.


이유는 선택의 과감성이다. 조금의 위험도 수용하고 싶지 않았던 예전의 난 작은 선택들까지도 마음속 저울에 올려보며 0.01g 의 위험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의 선택 기준이 조금은 달라졌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20대가 끝나고 30대를 맞이하니 40, 50도 순식간에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에 '현실'과 '위험'이라는 기준 위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단 한번 치열해보지 않았던 인생을 훗날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내게 추진력을 갖게 해준 서른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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