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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Aug 13. 2018

[Project] 게스트 하우스 오픈

Personal venture

2016년도 8월 22일. 게스트하우스의 첫 오픈일이다. 그전부터 막연히 호스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호스팅에 필요한 것들(집 계약, 인테리어, 게스트 관리 등)을 알게 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포기한 것이 2015년. 1년 뒤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월급의 Cash flow 에 더해 부수적인 수입원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며, 다음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최대 손실: 월세)과 역량(외국어)이 내가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 첫 번째로 매물 탐색을 위한 선정 기준을 정했다.


·  위치: 도심과 공항의 접점에서 지하철 역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

·  가격 상한선 설정: 보증금/월세 각각의 상한선 설정

·  엘리베이터 유무: 3층 이상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함

·  테라스 유무: 흡연자, 애완견 동반 게스트 및 경쟁업체들과의 차별적 우위를 위해 야외 테라스가 있는 곳


위와 같은 기준 선정 완료 후 위의 항목으로 엑셀 차트를 만들어 온라인 플랫폼과 주변 부동산을 돌며 약 28개의 매물을 확인하였다. 약 28개 매물 중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을 다행히 한 군데 찾아 계약금 입금 후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글로 적고 보니 이 과정이 매우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사진과 집이 매우 달랐던 경우, 집을 보러 시간 맞춰 문 앞에 도착했는데 바로 직전에 계약이 성사되어 집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경우 등 기운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매물 탐색에만 약 4주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이를 통해 느낀 점은 모든 매물은 딱 그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점과 반드시 직접 발품을 팔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난 생 처음 월세 계약도 체결해보았다.


2. 그다음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몄다.


멋진 인테리어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런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인테리어 관련 채널을 구독하고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연출해보고 싶은 분위기의 공간이나 소품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보관해두었다. 아이템의 주 구입처는 이케아, 모던하우스 그리고 동대문, 남대문이었다. 침구류나 수건류는 남대문에서 업자인 것처럼 보이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실제 이 곳의 주 고객은 숙박 업체들이었는데, 나처럼 어설퍼 보이는 사람이 게스트 하우스를, 그것도 딱 한 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신기하게 보는 눈치였다.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의 딜레마는 이 투자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라면 '한 번 사면 10년은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겠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여러 사람이 이용해 파손될 위험을 감안하여 낮은 가격 수준의 Durable 한 아이템을 위주로 선택해야 했다.


·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콘셉트


·         Before & After

Before


After

3. 가격 책정을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에 리스팅 된 곳 중 나의 숙소와 비슷한 수준의 숙소 가격을 참고하였다. 월 10일 예약이 차면 breakeven point 가 되도록 가격을 설정하였고, 주말이나 연휴 시간에는 조금 높게, 그리고 예약률이 낮으면 조금 낮게 가격을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조정하였다.


4. 인테리어를 완성한 후에는 게스트 하우스의 설명 자료를 국문, 영문, 중국어로 준비해 사진들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하였다.


5. Operation


게스트 별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를 대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 중국인 게스트는 Early check-in, 에버랜드 버스 예약, 남이섬 투어 예약, NANTA 공연 환불 등 수 십 가지의 요구를 나에게 해왔는데 처음에는 후기를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모두 응대해주느라 힘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Manual을 만들어 유사한 요구 사항은 최대한 적은 시간으로 응대해줄 수 있게 했다. 주변 맛집 소개 및 유의 사항들은 정리해 집 안에 붙여 두었다.


6. Expansion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이자, 그리고 적지만 어느 정도 수입을 벌게 되자 나는 게스트 하우스 확장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달아 2곳을 오픈하였다. 경험이 생기다 보니 시행착오가 줄어 시간이 조금은 단축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드 문제로 한-중 정치적 갈등 때문에 50%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게스트의 수가 줄었다는 것이고,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외부 소음이 문제가 되었다.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지속할 것인 지 아니면 여기서 Exit 할 것인 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엔 3곳을 같은 Quality로 유지하기엔 내게 버겁다는 판단에 나는 Exit을 선택했고 초기 투자 비용의 일부를 손해보고 철수했다. 속상했다. 모두 나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았다. 하지만 대신 위안을 삼았던 것은 손해가 매우 크지는 않았다는 점, 그리고 Risk 분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 확장의 실패 경험을 lesson을 배웠다 점이었다. 지금은 가장 먼저 오픈한 게스트 하우스 1곳만 운영 유지를 하고 있다. 운 좋게 2016년 9월에는 Seoul Magaznie이라는 곳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지키고 있지 않지만 초기에는 가능한 게스트들과 함께 식사 시간을 갖고자 했다. 덕분에 프랑스, 아일랜드,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온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캐나다에서 온 게스트는 작은 선물과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가기도 했다.


게스트 하우스 운영을 하며 '벽지를 어떤 색으로 해야 할지' 'Complimentary snack'을 두어야 하는지'와 같이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추가 확장한 2곳에 대한 Closing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만 했고, 쉽지만은 않았다. 이를 통해 나는 '규모와 상관없이 직접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네 김밥집을 하나를 오픈하는 데도 위치 선정, 아이템 선정, 가격 책정, 회전율 등 수많은 의사 결정을 해야 하고 고객, 종업원, 건물주, 주변 상인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해결하며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 덕분에 나는 의도치 않았지만 이 세상에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은 존경하게 되었다. 2016년 시작한 게스트 하우스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내게 활력을 가져다주고 나를 새로운 세계와 연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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