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코로나 피크 시즌 이후 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캘리포니아에 대해서는 약간의 환상 같은 것을 갖고 있었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보면 1.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화한 기후에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부는 바람과 팜트리 2. 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바다 3. 자유로울 것만 같은 그곳에서 여유로운 생활과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 정도가 있었다.
여행에서 본 캘리포니아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모습과 대부분 일치했다. 물론 관광객으로서 그곳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사는지는 알 수 없기에 3번은 제외하고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한 나라/도시에서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그곳을 잘 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그곳의 날씨, 랜드마크와 맛집을 안다고 해도 그곳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결국 그곳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정서와 문화, 사람들이 관심 갖는 사회 현안, 업무/교육 환경, 갈등/긴장 요소를 모두 알고 나서야 진정 그곳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각자 속한 집단 - 성별/소득/지위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결국 우리는 같은 곳에 있어도 각자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는 것도 이러한데 하물며 짧은 기간 하는 여행은 어떻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인 여행 경험을 이야기할 때 조심스러운 것이 나에게는 어떠한 이유로 좋았던 곳이 누구에게는 그러지 않을 수 있고, 그리고 그 반대의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지난 캘리포니아 여행은 나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서 상위 랭킹에 오르지는 못하는 여행이었다. 뭐 위에 열거한 대로 많은 부분들이 나의 기대와 일치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에 더해서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보는 것도 매우 인상 깊었던 것이었음에 틀림없지만 문제는 그 감흥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행이 싫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이 가장 기억에 남기도 했는데, 바로 석유 재벌이자 예술 애호가인 장 폴 게티라는 사람이 수집한 유물과 예술작품들을 모아둔 게티 박물관과 미술관이었다. 이곳에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덕분에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연을 대표하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과 팜스프링 사막 휴양지,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다 다녀오고도 이렇게 생각했으니 나의 취향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나는 사람이 창작한 작품에 담긴 스토리와 역사를 궁금해하고, 그것을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며, 거기에 나만의 의미와 해석을 덧붙이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나만의 큰 기준이 생기니 앞으로 여행지를 고르는 일은 조금 더 간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고민 끝에 다음 여행지는 파리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다녀왔던 게 2007년이니 벌써 10년도 한참 넘었다. 별 준비 없이 다녀왔던 그때보다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부지런한 준비를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