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홍 Dec 27. 2023

시, 구전문학을 서사문학으로 다시 쓴 이야기꾼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서평 전문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시, 구전문학을 서사문학으로 다시 쓴 이야기꾼
: 다자이 오사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쓴 소설
다자이 오사무, 유숙자 옮김, 《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퇴근길에 519번에서 다 읽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결혼을 하여 자리를 잡은 시간에 쓴 단편소설, 수필이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글쓰기를 한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이 일본을 공습한 1945년 3월 도쿄 대공습을 겪던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은 상처는 상당히 큰 것 같다. 일본 엔에이치케이에서 이야기 프로그램인 테츠코의 방을 진행한 구로나야기 테츠코 씨가 제2차 세계대전을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에서 공부하던 어린이일 때에 겪었는데, 왜소성 장애(키가 비장애인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지체장애),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어린이와 장애가 없는 어린이가 같이 공부하는 통합교육으로써 또래 어린이들과 어울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부터 공부하고, 공부가 끝나면 산책으로써 놀면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간 도모에 학원은 미군의 폭격으로 불타버리고 자신은 부모님과 함께 강제로 피난을 가야 했다고 기억한다.(구로 나 야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창가의 토토》,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필자가 교보문고 부천점에서 사자마자, 점원의 도움을 받아 밀봉을 뜯고 바로 읽은 요리만화인, 일본의 《식객》(김영사)인 《미스터 초밥왕》(데라사와 다이스케 작)에서도 전전 세대 곧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전쟁의 상처를 가지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쇼타가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초밥 장인에게서 초밥을 배우려고 했는데, 요리에 소질이 있는 아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의 폭격으로 시장이 불탈 때에 같이 죽임을 당한 상처 때문에 초밥 요리를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던 장인의 모습이 그 예이다. 다자이 오사무도 폭격을 당해 집이 일부 무너졌다고 하는데, 그러한 어려움을 겪은 시기에도 꾸준히 글쓰기를 한 꾸준함에 존경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믿음. 달려라! 메로스!
세 번이나 자사를 시도하고, 1948년 자사로 삶을 마감한 작가의 자전소설인터라 우울한 소설, 작가의 낮은 자존감이 드러나는 소설인 《인간실격》과 달리, 《달려라 메로스》는 밝고 긍정으로 가득하며, 다독으로써 다작을 한 시기임을 느낀 소설이다. 《달려라 메로스》에 나오는 단편소설 중에서 《달려라 메로스》가 그 예이다. 《달려라 메로스》는 작가에 의하면 독일의 극작가인 실러가 쓴 시 문학인 <인질>과 그 외 자료들을 참고하여 쓴 소설이라고 한다.
폭군 디오니소스가 사람들을 죽이는, 하루에 6명이나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국가폭력으로써 억압을 하던 시기에, 메로스(メロス)라는 목축 노동자가 분노하여, 시라쿠사에 가서 국왕을 죽이려다가 “순찰 경관에게 포박을 당했다. 취조를 받다가 메로스의 품에서 단검이 나왔기 때문에,, 큰 소란이 벌어졌다. 메로스는 왕 앞으로 끌려갔다.”(53쪽) 디오니소스는 사람은 믿어선 안 된다면서, 백성들을 의심하여 죽이며, 폭력을 평화라고 주장하는 폭군이며, 이를 보고 메로스는 “죄 없는 사람을 죽이면서 뭐가 평화야?”라고 따진다. 입씨름을 벌이던 디오니소스는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겠다고 겁박하고, 메로스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서, 사흘간 시간을 주어 동생의 결혼식에 참여한 후에 돌아오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는 서술자 또는 이야기꾼이 앞에서 메로스에게는 여동생이 있는데, 성실한 양치기와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하였으므로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않는 디오니소스가 비웃자 친구 세리눈티우스를 인질로 두고 갈 것이니 사흘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속은 척하고 풀어주었다가, 메로스가 돌아오지 않으면 죽일 생각을 하며 메로스를 풀어준다. 이 정도의 인간이라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고,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박정한 인간이다. 세리눈티투스는 메로스를 믿고 기꺼이 인질이 되고, 여동생의 결혼식과 연회에 참여한 뒤에 정말 시라쿠사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그 길이 험난하다. 강이 불어나자, 제우스에게 “아아! 진정시키소서. 제 친구가 죽습니다!”(59쪽)라고 탄원을 할 정도로 매우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수영으로써 강을 건너고, 심지어 강도들을 만나서 다투기도 하고, 세리눈티우스의 제자가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메로스는 달리고 달린다. 달려라! 메로스!
그 시간에도 세리눈티우스는 메로스의 정직함을 믿고 있었고, 그가 처형을 당하기 직전에 메로스가 달려오고, 이를 본 디오니소스는 매우 감동하여 친구로 삼아달라고 간청한다.
아무리 어두운 상황에서도 친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한 메로스, 친구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은 세리눈티우스의 마음 곧 사람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담긴 소설이고, 메로스의 시점으로써 시문학인 실러의 시 인질을 각색하여 서사문학인 소설로 문학의 갈래를 바꾸어 쓸 정도로 뛰어난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다.

방공호에서 5살 따님과 동화책을 읽으며 쓴 소설
그는 《도쿄팔경》의 결말처럼, 본가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를 까먹으며 다닌 대학교 졸업을 하지 못하였고, 여성과 자사를 시도할 정도로 어두운 도쿄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결혼을 하여 안정된 삶을 살았다. 그러한 사랑의 결실이 따님인데, 공습을 피한 방공호에서 따님과 동화책을 읽는다.
그때 그는 《옛이야기》를 짓는다. 일본의 구전문학 갈래 중에서 사람들이 즐거움을 위해 지어낸 짧은 이야기인 민담(民譚)을 각색하여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민담인 〈혹부리 영감〉, 우라시마 씨가 거북이와 입씨름을 벌이다(거북이가 우라시마 앞에서 직설적으로 말한다.), 용궁을 여행하는 민담을 각색한 〈우라시마 씨〉(한국의 판소리 소설인 《별주부전》, 중국교포들의 민담인 《재미네골》과 등장인물이 거북이와 함께 용궁 여행을 같이 한다는 결말이 닮았다.), 너구리가 토끼에게 사랑을 구하지만 차갑게 진흙 배와 함께 물에 가라앉는 〈카치카치산〉, 참새와 사람이 사귀는 이야기인 〈혀 잘린 참새〉를 지었는데, 한국에서도 소파 방정환과 색동회에서 활동한 아동문학가인 이정호가 견묘쟁주 민담 곧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나쁜 원인을 들려주는 민담을 각색하여 《이상한 연적》을 지었다. 구전문학을 각색함으로써 서사문학을 창작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고, 작가의 해석이 담긴 소설들이다.
그 외 《비용의 아내》는 생활능력이 없는 작가인 남편을 대신해서 술을 파는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의 삶을, 아내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고, 《여치》는 편지 형식으로써, 서사문학의 특징인 시선, 관점으로써-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가가 쓴 《라쇼몬》(민음사)- 아내가 화가인 남편의 위선을 비판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하니, 작가로서 누리는 존경과 명예가 스스로를 위선적인 자가 되게 할 것을 염려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미남자와 담배》는 작가가 잡지사 기자의 부탁을 듣고, 우에노 공원의 노숙인들과 만난 이야기인데, 작가의 자전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곡과 옛이야기를 상상하여 쓴 소설
《달려라 메로스》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전기비평을 하였을 때, 작가의 삶이 문학작품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이다. 결혼으로써 삶이 안정된 시기, 작가로서 문학 동네에서 인정을 받는 시기에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쓴 소설은 인간에 대한 신뢰(《달려라 메로스》)와 작가로서 존경을 받음이 거짓된 삶(위선)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하는 자기 성찰(《여치》)이 담겨 있다. 사실 전기적 비평으로써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그 예로 채만식 작가의 《태평천하》를 비롯한 풍자문학들은 탈춤이나 꼭두각시 연극의 뒤를 잇는 밝은 작품들이지만, 문학과 지성사를 설립한 김병익 대표가 쓴 글에 의하면, 채만식 작가는 일일이 출판과정에 간섭하여, 출판노동자들과 갈등을 할 정도로 강박적인 성격으로 힘들어한 사람이라고 한다.-, 작가의 삶으로써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둘째 문학작품을 갈래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작품을 서사문학, 극문학, 시문학, 구전문학 등으로 구분하는데, 다자이 오사무 작가는 앞서 말한 이정호 작가처럼 구전문학이나 극문학을 서사문학으로 각색하여 쓰되, 구전문학에서는 이렇게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러하다는 자신의 생각으로써 씀으로써 문학작품의 갈래를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넓은 글쓰기는 실러의 시 문학과 일본의 민중 전통인 구전문학 중에서 민담을 쓴 동화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다독과 성만찬 때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포도주와 함께 나누는 빵이자 세상에 생명의 빵으로서 오신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요한복음서)인 ‘성체’, 하느님이 모세에게 자신을 계시하실 때에 “나는 곧 나다”라고 하셨는데, 모음을 취한 ‘여호와’라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신 이름을 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보인 성서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는 작가의 열정이다.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서민들은 분명히 전쟁으로 고통을 받은 민중들이다. 지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생각해 본다면, 삶의 터전이 부서지는 고통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방공호에서 따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옛이야기》를 상상하여 글을 쓴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글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2023년 10월 30일

작가의 이전글 왜 출판사가 인기가 많은지 궁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