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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Feb 11. 2024

2024년 2월 11일 병자를 위한 기도일 성찬례.

제2독서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9장 24-27절의 배경.

2024년 2월 11일 병자를 위한 기도일 성찬례 제2독서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9장 24절-27절이어서, 신학자인 정승우 선생이 쓰신 《인류의 영원한 고전 신약성서》에서 신약성서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9장의 배경을 인용해보았습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일 년 삼 개월을 머물렀다. 바울이 고린도에 오래 체류하게 된 이유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브리스길라는 아내이고, 아굴라는 남편임.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의 여성 교우들을 존중함을 뜻함.―인용자 주) 때문이다. 이들은 본래 로마에 거주하였는데, 49년 클라우디우스의 유대인 추방령으로 인해 고린도로 망명해왔다. 이들의 직업은 바울과 마찬가지로 ‘천막장수’였다. 그런데 바울의 발걸음을 고린도에 붙잡아 둔 것은 또 있었다. 바로 고린도 근처 이스트미아에서 열린 고대 체육축전이었다. 

그리스의 체육축전은 그리스 신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곧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은 제우스와 포세이돈과 같은 올림포스 신들을 기리기 위해, 올림픽과 이스트미안 경기를 개최했던 것이다. 제우스를 기리기 위해 4년마다 열린 경기가 올림픽이라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기리기 위해 2년마다 거행한 대규모 체육축전이  이스트미안이었다. 기원전 580년경부터 시작된 이스트미안 경기는 고대 올림픽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했다. 이스트미안 경기가 올림픽과 다른 점은 포세이돈과 심벌인 말에 대한 경주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전차경주와 승마대회는 이스트미안 경기의 백미였다고 전해진다. 바울과 동시대인이었던 디오 크리소스톰은 이스트미안 경기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축제를 시작하면, 포세이돈 신전에는 많은 소피스트 철학자들이 몰려들었고, 그의 제자들은 시를 낭송하며 서로 자신들의 지식을 과시하였다. 마술사와 점쟁이들은 신기한 요술과 재주로 손님을 끌어 모았고, 수많은 장사꾼들은 거리의 가판대에서 온갖 물건을 팔았다. 돼지기름을 온몸에 바른 선수들은 저마다 승리를 장담했고 경기의 우승자에게는 샐러리로 만든 승리의 면류관이 주어졌다. 김성, 《성서고고학 이야기》.     

바울이 고린도에 등장한 시기가 바로 이스트미안 경기를 일 년 정도 앞둔 50년 3월경이었다. 이스트미안 축제는 보통 2-3개월씩 지속하였기 때문에, 축제에 몰려든 수만 명의 관중과 참가자들은 엄청난 양의 천막이 필요했다.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천막업자들이 동원되어 수개월씩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바울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스트미안 경기를 활용한 것은 아니었다. 선교사인 바울에게는 몇 달 동안 수만 명이 한곳에 모여드는 이스트미안 출제야말로 자신의 복음을 선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바울이 고린도에 체류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충분히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바울은 자신의 편지 속에서 빈번하게 고대 그리스의 체육경기에 빗대어, 기독교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독려의 말을 전했다.     


경기에 나서는 사람은 모든 일에 절제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썩어 없어질 월계관을 얻으려고 절제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썩지 않을 월계관을 얻으려고 절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목표 없는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허공을 치듯이 권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9장 25-26절(표준새번역)     

정승우, 〈신약성서 최초의 저자, 바울의 생애와 사상〉, 《인류의 영원한 고전 신약성서》, 아이세움. 83-85. 2007년.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45039.html

코린토스에 머물며 기독교를 가르쳤던 바울도 이스트미아 제전을 관람했다. 그 경험이 무척 인상적이었나 보다. 나중에 코린토스의 교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스트미아 경기를 예로 들었을 정도다. “운동장에서 모든 달리기 선수들이 달리지만 상을 받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임을 여러분도 아시지 않습니까? 여러분도 상을 받도록 그렇게 달리십시오.” 그의 조언은 이스트미아 경기에 참여한 달리기와 격투기 선수를 빗대어 이어진다. “나는 방향을 잃고 달리지 않으며, 허공을 치는 것같이 싸우지 않습니다.” 이스트미아 경기에 익숙한 코린토스 사람들에게 삶의 자세를 말할 때, 이보다 더 효과적인 비유는 없을 것이다.-김현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부교수.

"이스트미아 우승자여, 불멸의 명성을 얻으리라. 신화와 축제의 땅, 김헌의 그리스 기행. ④ 4대 범그리스 제전(1): 이스트미아 제전", 한겨레신문 2020년 5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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