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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Feb 24. 2024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서 인용함.

성경 말씀을 순수하게 읽지 못한 교만함을 고백함.


제5장_키케로와 성경

9.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성경으로 돌려서, 성경은 도대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성경 속으로 들어가, 거기에 있는 말씀들은 신비에 쌓여 있어서, 교만한 자들에게는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어 보이고, 어린아이들에게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으며, 처음에는 들어가기 쉬워 보이지만, 그 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가파르고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당시의 나는 성경 속으로 들어가서 거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그런 상태에 있지도 않았고, 성경이 이끄는 대로 묵묵히 따라가고자 하는 그런 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내가 성경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지금 내가 성경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키케로의 장엄하고 웅장한 문체에 비하며, 성경의 문체는 너무나 보잘것없고 형편없어 보였습니다. 교만으로 부풀어있던 나의 마음은 성경의 보잘것없는 문체를 피해서 달아났고, 나의 날카로운 통찰력도 성경의 그러한 문체 속에 담겨진 깊은 뜻을 꿰뚫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성경의 말씀들은 어린이와 같은 마음에 뿌려져야 잘 자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어린이와 같이 되는 것을 오히려 경멸하였고, 교만으로 부풀어 올라서 내가 미처 다 자란 어른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씀, 박문재 옮김, 〈제3권 카르타고에서의 학창 시절과 마니교〉, 《고백록》, ch북스. 2016년. 86쪽. 

2024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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