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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Feb 29. 2024

퇴근길에 《미생》을 보다

배우의 모방이 가지는 의미.

퇴근길에 《미생》에서 사원인 강하늘이 김 대리와 오 과장에게 정신노동을 배우는 이야기를 보았다. 등장인물들을 모방하기 위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이해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에 의하면 배우는 연극무대에서  연기노동으로써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삶을 모방(Mimesis)한다.

이를 보면서 관객들은 공감을 함으로써 연민과 공포를 느끼고, 자연스레 감정을 배설(카타르시스)한다.

《미생》(TVN)에서  강하늘이 처음에는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김 대리가 엑셀로 작성한 문서를 읽음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하거나, 오 과장이 문서작성을 하는 방법을 직접 스프레드시트 화면을 보면서 문제점을 하나씩 알림으로써-철강팀의 규칙을  따르지 않음. 정신노동자가 아닌 내가 보아도 공감을 할만한 내용이다. 육체노동자인 필자가 만일 사용자가 지급한 안전화를 신어야  한다는 사업장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무거운 우편물을 소통하는 사업장인 하차작업장에서 발을 다칠 것이 분명하다. 내용을 줄여서  간단하게 써야 하는데, 아는 내용을 모두 쓰려고 하니 산만함. 내용을 줄여서 쓸 것. 문서가 아닌, 자신이 문서를 이끌어야  함.-, 사업장의 규칙과 정신노동을 배워나가고, 실제 워드프로세서로 쓴 문서를 스스로 읽고,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히 읽도록  교정교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분이 “학생 시절에는 공감을 못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임금노동자로서 살면서 공감을  한다.”라고 공감을 하셨다. 오과장과 김 대리가 숙련노동자를, 강하늘이 겉돌다가 적응해나가는 신입사원을 모방함을 보면서,  누리꾼들은 나도 저렇게 미숙했지만, 같이 일하는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자연스레 성장을 했다고 공감을 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극문학이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모방이 주는 공감이 연극이나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추신  : 이성민 배우의 연기에 너무 감탄을 하였다. 오 과장이라는 숙련된 정신노동자, 철강팀이 성과를 내면 자신이 아닌, 노동자들에게  공을 돌리는 관리직 노동자를 완벽하게 모방을 하여 강하늘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보조인물(Foil, 알루미늄박을 입혀 음식을  익히는데 쓰는 주방도구인, 주방에서 쓰는 그 호일 맞다!)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2024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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