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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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부, 스와질란드에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밀와네(Mlilwane) 동물보호구역'에 갔다.
탄자니아, 케냐 같은 곳이 사파리 투어가 잘 되어 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걸으며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하마와 악어를 보기 위해 이들이 나타나는 지역을 서너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도 했고, 물가를 걸을 때면 주변에 악어가 나타나지는 않을지 주의를 하며 걸었는데 바로 앞에 악어가 햇볕을 쬐고 있어 깜짝 놀라 소리 없이 성큼성큼 뛰어 도망쳤던 게 기억난다. 무엇보다 하마를 보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는데 비를 맞으며 수시간을 기다린 끝에 저 멀리서 무언가의 울음소리, 무언가 헤엄치는 모양새가 보였고, 우리는 하마를 보았다. 회색의 풍만하고 빵실한 엉덩이를 수면 위로 내밀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마가 포효할 때 기형적으로 찢어지던 턱을 보니 내 턱이 빠질 것만 같았다.
- 하마를 보기 위해 사흘간 새벽마다 호숫가로 향했다.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동물이 아닌, 자연 속의 동물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긴장되었고 설레었다. 동물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
주말이 되니 관광객이 많았다. 유럽 사람들이 단체로 왔다.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 하마와 악어를 보기 위해 눈곱 떼는 것도 잊은 채 호수를 향해 걸었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주려는지 이곳 직원들이 큰 트랙터에 실어 온 죽은 임팔라를 호수에 빠뜨렸다. 이 동물에게 피를 내지도 않았는데 악어들은 어떻게 아는지 저 멀리서 헤엄쳐 다가온다. 내 눈 앞에서 악어가 임팔라를 물어뜯는 모습을 보는구나 싶었는데 헤엄쳐 오던 녀석은 주둥이로 죽은 임팔라를 '툭' 건딜더니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그리곤 돌아갔다. 한 놈이 돌아가니 다른 한 놈이 왔고, 이 녀석도 주둥이로 '툭' 건드리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툭, 툭' 건드리다가 돌아간다. 이렇게 총 세 마리의 악어가 왔다가 돌아갔다. 그동안 단체관광객이 지나갔다.
숙소로 돌아가려던 찰나 직원이 차를 타고 나타나 나에게 물었다.
"악어가 몇 마리나 왔었나?"
"세 마리가 왔었고, 한 마리는 아직 여기 있다."
"고맙다."
몇 마리나 왔는지 왜 물어보는 걸까? 숙소로 돌아가 아주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아침에 호수에서 죽은 임팔라를 호수에 버리는 직원을 봤다. 내 생각엔 임팔라가 죽었다고 굳이 악어 밥으로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악어가 낮에는 호수에 나타나지 않으니 관광객이 많은 낮시간에 악어를 유인하여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 맞다."
잠시 멍~ 했다. '동물보호구역'으로 보존을 위해선, 결국 동물을 이용해야 하는 엉켜있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보존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 관광객 유치를 잘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로 흥분에 가득 찼던 내 마음에 시원하게 찬물을 쏟아주었다.
자본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자연을 보존하는데 돈이 들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발길이 닿기를 원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