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방향을 바꾸다. 우수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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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남쪽 우수아이아에 있다.
오늘이 12월 14일인가,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다시 써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은 소중한 것을 잃어본 적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저는 1년간의 여행의 기록을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한 사람의 인생, 그 기록, 소중함
'소중하다고 생각한 무엇을 잃었을 때야 비로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여권까지 잃어버려 현주 혼자 보냈던 파라과이, 5시간 동안 얼마나 걱정했던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돈과 사람 중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보내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결국 나에게 소용되는 것이고, 타인에게 보여준다 한들 '저의 자랑입니다.' 밖에 더 되겠는가? 기록은 잃었지만 기억은 하고 있으니 내가 말하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잃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 더 얻은 겪이다. 어찌 보면 그 사건이 있음으로 해서 이곳 우수아이아에 올 수 있었다. 만약 잃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관광하듯 페루에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해서라도 세상 구경을 시켜주고 싶었나 보다.
소중한 것을 잃고, 쿨하게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사건을 당한 장소에서 기다리며 여권이 나오기까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문득문득 드는 생각, 그때 그 장면, '아!, 후회!' 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게 힘들었다. 새로운 여권이 나오고 시간이 3주가량 지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후회가 무엇인지도 알았다. 되돌려지지도 않는 시간을 자꾸만 되돌리려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