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하고

by 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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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어떻게 새똥을 이렇게 많이 맞았어?"

"아~~ 뭐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과수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는 중 새똥을 맞았다. 한 여성이 나타나 물과 휴지를 건네며 닦아 주었고, "Bano~"라며 화장실로 가자며 골목길로 유도했다. 여행을 하며 현주와 참 많이도 싸웠었는데 이 날은 이상하리만큼 서로에게 다정했다. 우린 이 상황이 너무 웃겨 쉬지 않고 웃으며 머리와 옷, 가방에 뭍은 새똥을 서로 닦아 주었다. 내 가슴팍에 메고 있던 귀중한 보조가방을 바닥에 내린지도 몰랐다.


- 새똥인 줄 알았던 오물,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보조가방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웃고있었다. -


"자기야...... 나 가방이 없다."


아주 고전적인 소매치기 수법이었다. 여행객의 신체에 오물을 묻히고, 도움을 준다며 접근하여 귀중품을 낚아채간다.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한순간이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모든 걸 다 잃을 생각을 했었다. 모든 걸 다 잃었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보고 싶었다.

첫 번째는 후회다. 일이 발생하기 전 모든 것들에 대한 후회를 한다. 이랬다면 저랬다면...... 이런 생각들로 나를 자책한다. 그래서 두 번째로 의기소침해진다. 나쁜 생각의 반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로 다른 여행자를 보는 시선. "내가 저 사람보다 어리버리해?"와 같은 유치한 생각을 하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자만이 나를 위로할 수 있다. 네 번째로 나의 판단, 여행이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새 여권이 올 때까지 소매치기를 당한 곳에 묶여 있어야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끝내버리면 다시는 여행을 못할 것 같았다. 서른을 시작하며 내린 큰 결정인데 이렇게 안 좋게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다.


지난 캄보디아에서 휴대폰을 분실하여 경찰서에서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나는 어떡할지 몰라 머릴 싸매고 앉아 있는데 한 경찰이 말을 건넸다.


"앙코르와트 구경은 다 했나?"

"아니, 못했다."

"여기서 기다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앙코르와트에 가서 구경하고 사흘 뒤에 와라."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서에서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했다. 현주는 소매치기를 어떻게 해서든 잡을 기세였다.


문득, 캄보디아 경찰관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고 현주에게 말했다.


"자기야, 여기 경찰서에서 왈가왈부해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저기 쌓인 서류를 봐, 냉정하게 소매치기를 잡을 수도 없고, 우리 여행만 망칠 뿐이니 오늘 가기로 한 이과수로 가자"


현주는 이날 이 오빠가 미친 게 아닌가 생각했었단다. 소매치기를 당했으니 소매치기를 잡을 생각을 해야지 여행은 무슨 얼어 죽을......


- 소매치기를 당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탱고 하나만으로 매력적인 도시 -
- 산텔모 시장, 노부부의 탱고 -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 새로운 사람과 탱고 춤을 -
-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탱고 -


19시간 장거리 버스를 타고 이과수에 도착했다. 그 당시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안 좋아 미화 달러를 유입하여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을 할 경우 경제적인 이익이 있었기에 미화 달러가 필요했다. 주변국인 파라과이에서 미화 달러를 인출할 수 있었고 현주 홀로 파라과이로 보냈다.

현주를 보내고 나니 목이 마르고, 배도 고프다. 아차!, 밥도 먹이지 않고, 물도 없이 보냈구나! 혼자서 어딜 다녀본 적이 없는데 그것도 남미에서 홀로 보내다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당장 돈을 구하는 게 중요한가?


현주가 파라과이로 간 5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물 한 통을 사들고 기다렸다. 그녀가 파라과이에서 돌아왔다. 혹시 누가 해코지를 할까, 옷을 겹겹이 입은 채 뛰어다니며 돈을 찾고 환전을 했단다. 그래도 재밌었다며 가끔 혼자 다녀보고 싶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소중한 것을 잃고, 없어져 보니 비로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 이과수 폭포,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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