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깊숙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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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지역의 남부 우수아이아에서 칠레의 푼타아레나스를 거쳐 '토레스 델 파이네'와 '엘 찰텐' 트레킹을 마친 뒤 어디로,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돈이 여유가 되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푸에르토 몬트로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루즈를 타고 가면 된다. 혹은 비행기나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여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나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쪽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대다수의 한국 배낭족이 여행하는 경로이다. 이렇게 이동을 하면 파타고니아의 더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놓치게 된다.
토레스 델 파이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인연이 된, 쉬지 않고 투덜대던 '투덜이 호주 할아버지'를 길에서 다시 만났다. 그 할아버지로부터 아르헨티나 엘 찰텐에서 칠레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숙소에 돌아와 칠레 청년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가보지 않았지만 칠레의 유명한 맥주 이름이기도 한 'Carretera Austral(남쪽 길)'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고 한다.
2016년 1월 1일 아르헨티나 엘 찰텐의 피츠로이 봉에서 새해를 맞이한 뒤 북쪽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아르헨티나 부녀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 탔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Lago del Desierto(사람이 없는 호수)'에 도착했다. 그들은 빙하를 보기 위해 트레킹을 가고, 우린 호숫가 산책을 했다.
"Hey!"
누군가 우릴 부르더니 손을 까딱까딱 거리며 이리로 오라고 한다.
'헤이? 뭐야 건방지게'
그들의 이름은 디에고와 플로레스, 군인이었다. 아무 말 없이 탁자에 앉으라고 하더니 저녁 안 먹었으면 먹으라며 식사와 달달한 술을 권했다. 먹을 거 앞에서 우리는 한순간에 경계를 풀었고 각자 세 그릇씩 해치워 버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결혼(Casado)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아직 결혼 안 했어. 너희는?"
디에고는 결혼을 했고, 플로레스는 결혼을 안 했단다. 그런데 플로레스에게 7살짜리 애가 있단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라틴 아메리가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애를 낳고 산다고 한다. - 이후로 만난 남미 사람들의 가정사는 파란만장했다. -
"팀브레, 팀브레"
디에고는 '팀브레'라며 도장 찍는 시늉을 하더니 내일부터 자기가 근무라 국경으로 간단다. 국경 넘는 건 수월하겠구먼, 내일 봐 디에고!~
'Hey'라는 말과 행동에 첫인상은 안 좋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베풀고 싶었다는 걸 알았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될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아는데 시간은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아침,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가다 서길 반복, 5시간 거리를 9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길을 걸으며 든 생각은 여기가 마치 전자제품 매장에서 저마다의 빼어난 화질을 뽐내는 TV 속 화면 같았다.
그동안 내가 본 자연의 아름다움은 대부분 TV를 통해서 보았구나...... 시냇물, 호숫물을 떠다가 밥을 짓고 손과 발을 씻는 기분이 너무 좋다. 심지어 여기서 떠먹는 물은 맛있다.
국경을 넘는 날 아침, 텐트 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다 장관을 보았다.
"자기야 일어나 봐, 밖에 너무 예쁘다."
나는 파타고니아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