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백

자연 앞에서 겸손하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by 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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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24시간을 달려 광산도시 칼라마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 휴식시간을 가진 뒤 아타카마 사막으로 이동했다.

사막의 첫인상은 건조하고 뜨거웠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와, 너무 건조한데, 캠핑장에 풀이 없고 흙만 있네, 먼지 다 들어오겠다."


- 캠핑장 한 가운데 풀을 뜯는 야마, 텐트치는 곳은 모래바닥이다. -


자전거를 빌려 '달의 계곡'에 다녀오기로 했다.


"반드시 1인당 물을 2L 이상씩 챙겨."


자전거 주인은 물을 잘 챙기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우린 간식거리로 바나나와 수분이 많은 포도 그리고 물을 1인당 1L를 챙겼다. 우린 물 조절이 될 줄 알았다.


해병대 복무 중에 수색대 전우와 함께 훈련을 나간 적이 있다. 이들은 물 조절을 상당히 잘하였는데 훈련이 끝나가는 시점에도 수통에 물이 가득 남아 있었다.

"물은 벌컥벌컥 마시면 안 돼, 목만 축일 정도로 한 모금씩 마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깐"


-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에서 -
-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
-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 칠레, 아타카마 사막, 달의 계곡 -

우린 사막을 얕보았다. 1인당 물을 2L, 아니 그 이상 챙겼어야 했다. 물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동이 났다.


"자기야, 우리 물 다 떨어져 간다."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물은 고작 200ml 정도 남았으려나? 슬슬 걱정이 현실과 가까워진다. 페달을 밟았다. 아스팔트가 있는 길로 우회해서 빨리 갈 생각이었다. 생각이 짧았나? 아스팔트 길은 오르막 길이었고 지열로 인해 너무 뜨거웠다. 현주는 나보다 한참 뒤 쳐졌다. 마지막 남은 물 한 모금을 현주에게 주고 나니 이젠 정말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필이면 얼마 전에 미국 사막지대를 여행 중이던 프랑스 모자지간이 사막 한가운데서 물 부족으로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본 뒤라 공포감은 더 했다.


- 어? 저기 모래 폭풍이 다가 오는 속도를 보니 뒤 따라 오는 현주랑 만날 것 같은데? -
- 아니나 다를까 모래 폭풍이 현주를 덮쳤다. 물이 없어 심각한 와중에 이 상황이 왜이리 웃기던지, 이게 웃을 일이냐며 두들겨 맞을 뻔 했다. -


어디선가 자동차 여행자가 나타났다.


"달의 계곡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여기는 바리케이드 때문에 차는 못 들어가요, 반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물 있나요?"


그들은 나에게 꽝꽝 얼은 얼음물 2L를 나에게 건넸다. 그들에게도 물은 소중할 텐데 다 받을 수는 없었다.


"어우, 괜찮아요. 저희 한 모금씩만 마실게요."


이들은 물이 얼어 있어서 내가 거절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Solar, Solar"

(햇빛 받으면 금방 녹아)


"Gracias, Gracias"

(감사합니다.)



두 번 거절할 여력은 없었다. 우린 얼른 받아 모래에다 페트병을 패대기쳐, 얼음 깨부수어 수분을 보충했다. 그늘 없는 사막의 오르막 아스팔트 길은 우리의 오기조차 꺾어 버렸다.


'한 사람당 물 2L씩 챙기라고 할 때 챙길 걸, 살아 돌아가면 고집 그만 부리고 다른 사람 말도 좀 잘 듣고 살아야지, 그리고 자연 앞에서 까불지 말아야지.'


건너편에서 차가 한대 오더니 우측 깜빡이를 켜고선 멈추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차가 왜 서지? 이내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아무 말 없이 2L 물통을 건넸고, 뒷좌석 창문을 내리곤 한 청년이 물었다.


"괜찮아?"


이들은 우리가 물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마을에 가서 우리에게 줄 물을 사서 다시 온 것이었다.


"고마워!!!~"


너무 고마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다시 차를 돌려 우릴 지나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언젠가 '무관심이 미덕이 되는 사회'라는 말을 들었다. 인간사회에서 타인에게 무관심함을 비꼬는 말인데, 나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현대사회에는 서로에게 무관심한 게 예의라고 이해했었다. 우리는 이들의 관심으로 무사히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 때 나는, 이들처럼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살아돌아왔으니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그릇 뚝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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