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소몰이 축제
.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Viana'마을에서 축제가 한창이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음악과 하얀 옷에 빨간 손수건을 두른 사람들이 커다란 인형을 따라 가두 행진을 한다. 우리는 광장에 앉아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축제 구경을 했다.
"아이쿠!, 놀래라!"
한 꼬마가 길거리에 콩알 폭죽을 터트리며 다닌다. 길거리며 하수구며 틈만 보이면 거기에다 콩알 폭죽을 넣어 터트린다.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간 어느 아주머니의 '이놈아!, 간 떨어질 뻔했다.'는 말과 함께 혼쭐이 났을 텐데, 여기 사람들은 다들 폭죽 소리에 놀라면서도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다.
식사를 마치고 순례길을 걷다 골목길을 나무판자로 막는 것을 보았다. 혹시? 소몰이 축제?, 옆에 있는 스페인 아주머니께 머리에 뿔 달린 소 흉내를 보이니, "Si~(맞다)" 고하며 한시부터 두시까지, 한 시간 동안 골목길을 막고 소몰이 축제를 한다고 한다. 이건 꼭 보고 가야 해! 우린 다시 마을 중앙으로 돌아가다 며칠 전 인사했던 다정 씨와 스페인 말라가에서 온 낫쇼를 만났다.
"낫쇼, 여기 소몰이 축제하는 거 맞아?"
"맞아!"
"너 소몰이 축제에 참가해본 적 있어?"
"물론!, 어릴 적, 소를 피해 달리다 2층 난간에 매달린 적도 있다고!"
- (좌) 소 떼가 나오는 순간, (우) 나에게 엄지를 보이는 낫쇼 -
우린 Bar에서 맥주를 한잔씩 하며 오후 1시가 되길 기다렸다. 스페인 동네 주민들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순례자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오후 1시, 소를 풀었다. 젊은 소 한 마리, 어린 소 네 마리, 늙은 소 한 마리.
소몰이꾼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나무 작대기를 들고 소들 앞을 뛰어다니며 소를 흥분시킨다. 열기는 고조되고 낫쇼가 나를 불렀다.
"현환, 뛰자~"
"어?, 우리 뛰어도 돼?"
"물어보고 올게"
낫쇼는 한 스페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더니 'Ok' 표시를 한다. 나와 낫쇼는 소들이 달려오는 길 한가운데 섰다.
"지금은 아니야, 들어와" 그 스페인 아저씨께서 말했다.
"자, 지금 나가서 뛰어, 그리고 명심해, 한번 뛰고 나서 안심하면 안 돼, 반드시 뒤를 확인해야 해!"라며 손가락 두개를 펴 눈을 가리켰다.
소떼가 달려온다. 나 소띠야 잘 부탁한다. 낫쇼가 먼저 달려 나가고, 난 소가 좀 더 다가오길 기다렸다.
죽도록 신나게 달려보자!
수십 미터를 달리다,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 옆으로 도망쳐 담을 넘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너무 흥분되었고 반대방향으로 한 번 더 달려 출발지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쳐주었다. 어디서 온 사람인지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넌 한국의 영웅이다'며 악수를 건넸다. 여기저기서 네가 달리는 사진을 찍었다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에게 조언을 해주시던 스페인 아저씨는 이리로 와보라며 손짓을 하셨다. 그 아저씨의 아내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잘 뛰었다며, 자기 집에서 만든 술을 권하셨고, 저녁 식사에 초대하시며 방을 내줄 테니 잠도 자고 가라고 하셨다.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정말 많은 순례자들이 나를 알아보았다. 너 혹시 그때 달리기 했던 사람 아니냐며 "Bulls, Bulls (황소)"를 연신 되뇌었다. 축제는 끝났지만 길을 걷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는 아닌척해도 누군가로부터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