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백

세계여행을 마무리하며

400일간의 여행을 돌아보며

by 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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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9일에 내생에 첫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에 내릴 무렵 하늘에서 바라 본 빨간 벽돌집이 너무 예뻤다. 오토바이 뒷좌석에 매달려 시내까지 가는 동안 바라 본 길가의 소들과 한데 섞여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어 일 년을 생각하고 떠난 여행, 페루의 마추픽추를 보며 마침표를 찍었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그들의 활기찬 아침 풍경에 매료되어 자연스레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아침 달리기 후,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 호로록하는 게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엄청난 인파에 파묻혀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민족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일몰을 가장 많이 보았고, 그만큼 사색을 많이 했던 곳,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자연이란 걸 알려주었다. 모르던 걸 알게 되니 여행이 더 즐거워졌다. 무엇보다 트레킹 도중 지진으로 인해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서 걱정하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귀한 자식이구나 생각했다. 가족, 친구, 지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걸 알았고 여행에게 고맙다.


중국으로 들어서며 처음으로 '내가 지금 무슨 여행을 하고 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위해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한가? 광저우에서 중국을 북동쪽으로 가로질러 베이징, 백두산, 연변, 하얼빈으로 향했다.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중국을 거쳐야 하고, 연변엔 한글간판과 우리 가요가 흘러나오고, 하얼빈에서 일제의 731부대(인간 마루타)를 보고 역사의 중요성을 느꼈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본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 눈물이 기억난다. 수시간을 달려 아침, 점심, 저녁시간쯤 20여 분간 정차할 때 잠시 바깥바람을 쐬며 다시는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러시아 사람들은 거칠고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 여행을 통해 편견을 많이 깼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생소했다.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 굉장히 가까운데, 왠지 모를 적막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반문해 볼 시간을 준 여행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의 뮌헨에서 시리아 난민을 직접 보고 잠시 멍해졌다. 한국에서 국제뉴스로 보았다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은 관심의 폭을 넓혀 주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세계 속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며 24시간 동안 외국인의 생활모습을 본 것은 흥미로웠다. 소몰이 축제 때 신나게 이후로 순례길에서 알아보는 이가 많아 유명인이 된 기분을 만끽한 것도 즐거웠다.


아프리카에서 본 코흘리개 아이들, 아프리카의 못 사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어느 레소토 대학생이 나에게 되물은 한마디로 인해, '관심의 척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시리아 난민을 보고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관심의 폭을 넓혀주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내가 지금 소유한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모든 걸 잃었을 때, 발가벗겨진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음으로써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남미의 남단, 파타고니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자연이고, 내가 살아야 할 곳이 어딘지 알았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자전거 타고 나갔다가 물 부족으로 죽을뻔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여행을 통해 자연 앞에서 까불지 말자라고 다짐했다.

인생을 살면서 '오늘 하루만 개기다 가자'같은, 허투루 보낸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내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내가 사용한 기분이다. 인생의 축소판이 하나 생겼다.



- 칠레, 파타고니아, Rio Ba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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