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을 동동 구르는 급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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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위해 포카라에서 베시사하르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내 옆엔 러시아에서 온 안톤, 그리고 앞자리에 영국인 커플 롭과 안나가 있었다. 도착 3km를 남기고 차가 고장 나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같이 걷기로 했다.
나는 삶을 참 여유롭게 산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제저녁을 먹으며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나와 영국 커플은 나갈 채비를 마쳤는데 안톤은 이제서야 아침을 먹는단다.
"One second."
첫날 출발은 한 시간 늦은 아침 9시
이 한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고, 롭과 안나는 무엇을 했나?
나는
'지금 까먹은 1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했다.
'안톤 이 친구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속으로 답답해했다.
반면에 롭과 안나는 안톤을 기다리며 보통의 대화를 나누었다.
점심을 먹고 모두가 일어섰을 때, 그제서야 안톤은 "One second."라며 신발끈을 고쳐 맨다.
길을 걷다 "One second."라며 사진을 찍는다.
가다서길 반복하니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도 롭은 안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Hyun!~"을 외치며 나를 찾고 안톤을 기다린다.
나는 3일 차부터 나의 길을 가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 '토롱라'를 넘기 위해 토롱패디에서 쉬고 있을 때 롭과 안나를 다시 만났다. 안톤은 하루 뒤쳐졌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토롱라를 넘는데 이스라엘 남자 한 명이 붙었다. 이 친구 이름은 길리인데 눈밭에 하트를 그리고 여자친구 이름인 '샐리'를 적었다.
"One second."
이 친구도 공포의 "One second."를 남발하는 친구였다.
겉옷을 벗는다며 "One second."
카메라를 꺼낸다며 "One second."
소변본다며 "One second."
나는 이 광활한 히말라야에서 'One second'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반면에 롭은 여자친구의 징징거림, 여자친구 스틱이 고장 나니 자기 것과 바꿔주고, 길리가 선글라스가 없어 힘들어하니 선글라스를 빌려주었다.
나는 오로지 기상이 악화되기 전에 토롱라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내가 왜 초면인 이스라엘에서 온 길리라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고 괜한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영국에서 온 롭이라는 친구는 그렇게 하고 있다.
기다림이 오래 걸린다 싶으면 눈밭에다 심심한 농담으로 우릴 웃게 만들고 드문드문 나를 향해 "휸!~(hyun)"을 외치던 영국 신사 롭, 이 친구가 나를 자주 부른 것도 그 만의 이유가 있겠지?
여자친구 안나를 돌보던 모습, 안톤과 길리가 "One second."를 남발할 때도 신사답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감동했고 크게 배웠다.
Thank you, R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