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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02. 2024

고개를 주억거리다.

산후우울증


고단하고 몽롱한 하루가 지나간다.


어젠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아침 9시에 산후조리사님을 만났다. 초인종을 누르는 그에게 달려가 와락 안길 뻔했다. 그가 퇴근하기 전까지 나는 아주 평범한 일들을 한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로션을 발랐다.

세탁기를 돌리고, 젖은 빨래를 널고, 마른빨래를 개었다.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호박전을 먹고, 엄마가 불려놓은 콩물을 갈아먹었다.

침대에서 30분씩 두 번이나 낮잠을 잤고, 신촌 이마트에 가서 분유를 샀다.

그리고 스타벅스 창가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이 글을 쓴다.


내가 30여 년 동안 누려 온 아주 평범한 일상의 데일리루틴이 이제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모든 것들의 전제는 '마음 편히'이다. 산후조리사님이 오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경을 바짝 예리하게 세워 춘이의 숨소리와 눈빛, 행동, 울음소리를 살펴보지 않아도 된다. 모유를 게워내다 기도가 막히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심장이 콩콩 날뛴다. 숨을 깊게 쉬기 어렵다. 왜냐하면 핏덩이 춘이가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내가 이 아이의 안전담당자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주말이 되어야 온다. 목도 못 가누는 이 녀석의 생사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 그 압박에 짓눌린 채 일상생활을 한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는데 정말 툭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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