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소독용 스프레이
계속 소독용 물티슈를 사서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교실에는 두루마리 휴지도 있고, 냅킨 휴지도 있고, 미술 시간에 사용하고 남은 천도 있다. '칙칙'하고 뿌리는소독용 스프레이를 활용하면 어떨까? 직접 소독용 스프레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1. 식물성 에탄올(소독용 에탄올 보다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피부에 닿았을 때 좀 더 안전하다.)
2. 에센셜 오일
3. 빈 용기
식물성 에탄올과 히아신스 에센셜 오일을 주문했다. 스프레이용 빈 병에 에탄올을 따르고 에센셜 오일 60방울을 떨어트리면 완성이다.
드디어 청소시간.
창문을 다 열고 '칙칙' 히아신스 소독 스프레이를 뿌렸다. 교탁 가까이에 앉은 학생들 부터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앉은 학생들도 '좋은 냄새가 나'하면서 두리번 거린다. 그동안 교실에서 맡아보지 못한 낯선 냄새에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바나나 냄새가 나.
오늘 급식에 바나나 나오나?
바나나에 딸기가 섞인 냄새야
히아신스 향인데, 바나나라니. 귀엽다. 바나나와 딸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냄새가 그리 나쁘지 않은가 보다.
며칠 후에 서후가 바나나 그림을 그려서 가지고 왔다. 바나나를 세 등분해서 연필, 색연필, 아크릴 물감으로 다르게 채색했다.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물어보니 오묘한 향이 나는 바나나를 그렸다고 했다. '히아신스 소독용 스프레이'의 향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마음을 들이고 머리를 굴려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학생들은 미꾸라지처럼 반응한다. 내가 들인 노력을 자양분 삼아 쑥쑥 자란다.
선생님이 보여주는 건 좀 더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흥미를 갖고 재미를 붙일 태세로 늘 임한다. 함께눈을 반짝이며 궁금해하던 와중에 마음이 맞아떨어지면 또래 관계가 새롭게 환기되기도 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영향력 있는 사람이된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받는 곳은나에겐 교실이다.
내가 준비한 것들로 학생들이 자라기도 하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함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