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위안(Contact comfort)
1958년, Harry F. Harlow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가설울 세운다.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기에게 먹을 것(젖)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헝겊엄마, 철사엄마' 실험으로 초기 가설은 기각되고 사랑의 본질은 접촉 위안(Contact comfort)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내가 원서를 찾아 읽어볼 정도로 사랑하는 논문 「The nature of love」이다.
실험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철사 엄마 vs 헝겊 엄마
젖이 나오지만 차가운 철사 엄마가 좋을까?
젖은 나오지 않지만 부드러운 헝겊 엄마가 좋을까?
헝겊 엄마의 완벽한 승리. 원숭이는 하루 종일 헝겊 엄마에게 붙어있다. 배가 고프면 그제야 철사 엄마를 찾는데, 그마저도 몸은 헝겊엄마에게 기대고 입만 내밀어 철사 엄마의 젖꼭지를 빤다.
② 새로운 장난감
헝겊 엄마가 있을 때 vs 없을 때
새로운 장난감을 보았을 때 보이는 반응도 인상 깊다. 원숭이는 헝겊 엄마가 있을 땐 새로운 물건을 탐색한다. 무섭지만 엄마가 있으니 믿고 다가가 본다.
반면, 헝겊 엄마가 없을 땐 새로운 장난감을 탐색하지 않는다. 가만히 엎드려 있다. 축 처진 눈썹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마음이 안정되어야 비로소 세상을 살아가기위한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다.
③ 공포 자극
헝겊엄마랑 산 원숭이 vs 철사엄마랑 산 원숭이
헝겊 엄마와 함께 지낸 원숭이는 공포를 느꼈을 때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안긴다. 안정을 취한 뒤 정상화 된다. 철사 엄마와 함께 지낸 원숭이는 공포 자극을 받아도 엄마에게 도망가 안기지 않는다. 우왕좌왕하다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 실험은 아기들이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배고픔이나 갈증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가 아니라 접촉 위안(contact comfort)때문임을 보여준다. 해리 하로우는 후속 연구를 통해 사람의 건강한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 접촉 위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들을 밝혀냈다.
접촉 위안은 최근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면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되는데, 이 수정란은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나뉘면서 세포 분열을 하며 마침내 배아의 형태를 갖춘다. 이때 외배엽이 훗날 신경계와 피부가 된다. 즉, 뇌와 피부는 같은외배엽에서 분화되어 나온 기관인 것이다.
결국 피부를 만지는 것은 뇌(마음)를 만져주는 것과 같다.
춘이가 내 젖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도, 젖이 맛있어서도 아니었다. 엄마 젖을 먹을 때 포근히 안겨있는 그 접촉의 상태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확인하고 싶은 사랑의 마음이었다.
춘이는 으앙 하고 속상할 땐 어김없이 양팔을 벌려 달려와 철퍼덕 안긴다. 나와의 접촉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위로를 받으려는 시도다. 놀이터에서 무서움을 무릅쓰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은 뒤에 든든한 사랑이 서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어떤가? 엄마가 있는데. 달려가 안기면 금세 충전이 되는데.
나는 춘이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채워주고 보태주는 사랑의 근원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