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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초디잉이라고 부를 거예요?

4학년 학급회의

by 김지애


급식지도는 어렵다. 알레르기 식품을 제외하곤 골고루먹는 것을 원칙으로 가르친다. 우리 학교는 급식차가 교실 복도까지 온다. 반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친구들에게 배식을 하는 방식이다.


급식엔 꼭 과일이나 빵이 후식으로 나온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나의 강조 때문일까? 후식을 한 입만 먹고 버리는 학생들이 꽤 있다. 디저트를 추가로 더 먹고 싶은 학생들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인 것이다.


밥이나 반찬, 국을 제외하고 오직 디저트의 경우에 한해서만 먹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제안이 나왔다. 이때다 싶어 학급회의를 열었다.


모두 평소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부분이었나 보다. 우리 반 학생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냈는데, 4학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디저트'란 무엇인가?

그들은 디저트의 개념정의부터 시작했다. 용어부터 정확히 짚고 시작하는 학급회의. 제대로 팔을 걷어붙이고 시작한다.

디저트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가? 디저트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



학생 1 : '과일류'와 '빵류'를 디저트로 봅시다.


학생 2 : '밥과 같이 먹는 메뉴가 아닌 것'을 디저트라고 정합시다. 예를 들어 사과는 밥이랑 함께 먹지 않고, 마카롱도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 2의 조작적 개념정의로 의견을 모았다. 디저트 배식 방법에 대해선 밥을 다 먹고 난 후, '디저트'를 먹을사람에게만 따로 나눠주자는 제안에 무게가 쏠렸다. 그들은 최종 검토를 시작했다.



학생 1 : 동의합니다. 디저트는 말 그대로 '식후'에 먹는 '후식'입니다. 밥을 다 먹은 학생들에게만 디저트를 나눠준다면 디저트가 버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 2 : 디저트를 '식전'에 먹느냐 '식후'에 먹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입니다. 식사를 다 한 후에만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식사 전 디저트를 먼저 먹는 학생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학생 3 : 디저트는 원래 취지가 '식후'에 먹는 것이므로따라야 합니다.


학생 4 : 식당에 가 보면 '식전 빵'이 나오기도 합니다. 음식의 종류나 음식을 먹는 상황에 따라 밥보다 '빵'과 같은 디저트를 먼저 먹도록 되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반드시 식후에 먹는 것만 디저트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학생 5 : 제가 알기로 식전에 나오는 것은 '애피타이저'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education)보다는 학습 또는 배움(learning)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으로의 역할 전환이 일어났다. 학급회의를 지켜보며 올해 처음으로 나는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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