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애 Apr 07. 2024

작지만 슬기로운 문장 선택

사회적 기술


개인정보동의서에 사인해 주세요.

동의ㆍ동의하지 않음 중 하나를 표시해 제출해 주세요.

e알리미 설문조사 완료해 주세요.


수합은 늘 지난하다. 가장 귀찮은 잡무 중 하나다. 하루에 하나 꼴로 수합해서 보고해야 할 무언가가 생긴다.

당연하게도 제 때 모든 학생들이 회신서를 제출하는 법이 없다. 학생에게 다그칠 일이 아니다 싶을 땐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 가정통신문에 굵은 글씨로 강조해 둔 제출 기한, 다음에는 꼭 지켜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느 직장인이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일 하나?



어머님,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서류를 제출해야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니 자녀에게 좋은 일이다. 당연하게 제출해야 하는 서류이지만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 본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 학부모님과 나 사이의 애매한 긴장감이 풀어진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쑥스러움, 이해받았다는 좋은 기분이 녹아든 목소리로 대답해 주신다.


아, 아녜요 선생님.
다음엔 꼭 기한 맞춰 제출하겠습니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친구, 동생, 선배에게도 종종 사용하는 말이다. 나의 사회생활 매직 센텐스.


바쁠 텐데 고마워.



사실이 그렇다.

우리는 하루종일 바쁘다. 몸이든 마음이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바쁘다. 내가 부탁한 일을 자신의 바쁜 일과 중 우선순위에 놓아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므로나는 진심을 담아 반복한다.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내 이야기를 들어줄 귀가 없잖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