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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최수정 알아요?

1학년 보결수업

by 김지애

선생님, 오늘 2교시 1학년 7반 보결 수업 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12년 교직인생이라지만 교대 교생실습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1학년. 강아지 같기도 하고 고양이 같기도 한 사랑스러운 그들과 40분을 보낼 설렘을 안고 교실로 들어선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꽃향기가 콧등에 내려와 앉는다. 시큼하고 쿰쿰한 6학년 교실과 다르다. 아기 살냄새와 섬유유연제 향기가 어우러진 뽀송뽀송함. 나도 모르게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 되며 인사를 건넨다.


불쑥 태권도 도복을 입은 아이가 교탁 앞으로 나왔다.


선생님, 최수정 알아요?

최수종?

아니요. 최수정이요.

글쎄, 누구지?



우리 엄마예요.
우리 엄마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와요.
우리 엄마 서울대에서 공부해요.



나를 보고 엄마가 생각난 모양이다. 보고 싶기도 하고, 선생님께 자랑하고 싶기도 한 우리 엄마. 아이의 잔뜩 부푼 마음이 만져졌다.


우와, 멋지시다. 뭐 공부하셔?

세포 먹이 공부해요.


초롱초롱한 눈빛과 당당한 자세로 '우리 엄마 우주 최고야.'라고 외치듯 교탁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나오던 태권도 소년.


4년 전 일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공부하는 엄마로, 워킹 맘으로 고군분투했을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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