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애 Apr 06. 2024

어머님, 그건 집중력이 아니에요.

초점성 집중력

시부모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춘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핸드폰을 얼른 꺼내 핑크퐁 영상을 보여주신다. 형형색색의 빠른 장면 전환에 시선을 빼앗겨 꼼짝 않고 화면을 주시하는 춘이를 흐뭇하게 쳐다보시며 말씀하신다.


우리 춘이,
아직 어린데도 이렇게 골똘히 영상을 보네?
집중력이 좋다.


가끔 뵙는 시부모님이다. 가르치려 드는 교사 며느리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말을 삼켰다.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관계이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대나무 숲에서 외치는 신하의 마음으로 노트북을켠다.


집중력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반응성 집중력이다. 빠른 빛, 소리, 화면의 바뀜 등 화려한 자극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반응성 집중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핑크퐁 영상은 화면 전환 속도가 빠르다. 빠른속도에 익숙해질수록 느린 자극인 말과 글에 흥미를 잃는다. 당연히 종이에 멈춰있는 글은 재미가 없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스마트폰 게임에 몇 시간씩 집중하는 것, 춘이만 한 유아를 데리고 외식을 할 때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모두 반응성 집중력을 이용한 예이다.


다음으로, 초점성 집중력이다. 일명, 뇌를 키우는 집중력이다. 집중할 대상을 스스로 선택한 후 자기 의지로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학습할 때 필요한 집중력이다. 초점성 집중력은 반응성 집중력 와 반비례 관계라고 한다.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초점성 집중력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 통제력, 자제력도 함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점성 집중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답, 독서다.


춘이가 읽고 싶은 책 가져와 볼까?

춘이의 흥미와 관심을 따라 천천히 글과 그림을 읽어준다. 그림책의 표지만 볼 때도 있고, 한 장면만 계속 반복해 읽을 때도 있다.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그림책에 나오는 새로운 낱말을 알려준다. 그림책 「쉿 쉿!」에서 등장인물이 아빠에게 혼나는 장면에서는 춘이는 양쪽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울먹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그림책 「장수탕 할머니」에서 덕지가 감기에 걸린 장면이 나오면 얼른 뛰어가 체온계를 가져오고, 춘이 옷소매로 콧물을 닦아준다. 단순히 초점성 집중력뿐만아니라 의사소통, 언어발달 측면에서도 일방향 핑크퐁영상을 보여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다음번 만남. 만약 시부모님이 또 핑크퐁 영상을 틀어주신다면 "어머님, 아버님. 집중력에는 두 가지가 있대요." 딱 여기까지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솔깃하도록.


 





*2023 서대문구 육아지원센터 부모교육 강의 내용을 참고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덧, 요망하고 아리송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