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매해 3월. 직장동료 구성이 완전히 바뀐다. 새 학년이 되면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도 긴장을 한다. 새로운 동료를 만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이 무디고, 예민할지 모른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한다.
분위기를 즐겁게 해 보려는 동료 하나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나도 안 웃겼다. 점심 식사 후라 더욱 졸렸다. 억지로 2시간 내내 함박웃음을 짓다가 퇴근을 한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 큰 숨을 한번 내쉬고 마스크로 얼굴을 한껏 가린다. 눈동자를 흐리멍덩하게 풀었다. 자, 이제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보자.
아, 이제 쉬는 것 같네.
모든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지 못한 자의 최후. 뜨뜻한 물로 머리를 감아도, 바디브러시로 구석구석을 마사지해도, 싱그러운 새싹 비빔밥을먹어도 에너지가 다시 돋아나질 않는다. 함께 식사를 하는 그 2시간 동안 나는 너무 애썼던 것이다. 억지웃음, 억지 눈 맞춤, 억지 리액션 종합세트였다.
보다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힘을 좀 빼고 싶다.
어색함을 있는 그대로 가만히 느껴보자.
우호적 무관심을 적절히 섞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