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의식은 분주하고 복잡했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들은 이후부터는 갖은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해야 할 일들의 연속이었다. 끝없는 미션들이 등차수열처럼 차례로 날아들어왔다.
병원으로 달려간다.
의사의 사망선고를 듣고,
요양병원에서 유품을 전해받고,
장례식장에서 상복 사이즈를 고르고,
위로를 전하는 조문객들의 손을 잡고,
꽃으로 둘러싸인 영정사진을 본다.
저승사자가 잡수실 밥상을 준비하고,
조문객 수를 봐가며 음식을 더 주문할지 결정하고,
장례 절차마다 수없이 절을 하고,
입관식에 참여하고,
화장장에 예약을 걸어두고,
유골함을 받고,
이름이 적힌 작은 천을 태우고,
2차 장지로 이동해 작별을 한다.
마지막으로
조문해 주셨던 분들께 보답을 한다.
일상에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낯선 행위들의 연속. 어색하고 복잡하고 피곤한데 이상하게 일련의 형식들이 위로로 다가왔다. 이 모든 미션들은 유가족이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나의 죽음을 반복해서 상기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번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000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라는 내용에 형식이라는 여러 색깔과 형태의 옷을 입혔다 벗겼다 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천천히 그러나 끝내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