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곤히 자고 있는 남편 팔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내 배 위에 갖다 대려는데 돌연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잠시 팔을 묶었다 풀어드리겠습니다.
안치실이다. 철로 된 침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육신을 나무로 된 관으로 옮기기 위해 장의사가 할아버지 팔을 무겁고 둔탁하게 한두 번 꺾었다 폈다 하면서 양팔을 묶었다.
안치실 스테인리스 침대에 누워있던 할아버지 얼굴에 내 얼굴을 넣어본다.
남편 얼굴을 넣어본다.
엄마 얼굴도 넣어보고, 아빠 얼굴도 넣어본다.
남동생 얼굴도 넣어본다.
차마 내 딸의 얼굴은 넣어보지 못했다.
깊이 잠들어있던 남편은 귀찮다는 듯 팔을 뺐다. 서운하기는커녕 '아, 다행이다! 살아있구나.' 하고 안심이 됐다. 내 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남편의 숨소리, 체온, 체취까지 다 느껴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시공간의 한 부분을 당당히 점유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미끄러지듯 단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