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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May 07. 2020

14. 알고리즘의 알벤다졸

"새해니까 이거 하나 먹어봐."


회를 좋아하던 방짝은 새해의 시작에는 구충제를 먹는다며, 저한테도 선뜻 건네주었습니다. 피부도 마음씨도 곱던 방짝이 주는 구충제 한 알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영양제 먹는다 생각하고 먹었는지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있다는 생각에 나중에 먹겠다고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벌써 10년 전입니다.


닥터벤데타

처음 접한 영상은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받던 젋은 20대가 사망으로 이른 수술대 위 CCTV 영상을 한 성형외과 의사가 의료사고로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양악수술을 받는 동안 성인의 몸에서 1/3 이상의 출혈이 발생하였음에도 수 명의 동시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하는 건 어려워보였습니다. 피해자는 수술 후 49일간 뇌사상태로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 시간으로 피해자의 어머니가 CCTV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따른 추천영상은 알약모독 등 기존 의료업계의 민낯을 비추는 채널이 이어졌습니다. 굳이 검색으로 찾아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검색어와 후기들이었습니다.


알벤다졸

브런치에서 알벤다졸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유튜브에서는수개월 전부터 알벤다졸 효능에 대한 후기영상이 이어지고 있었고, 알고리즘으로 인한 추천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세계였습니다. 일반인의 후기까지 더해져 저만의 판단을 해야했습니다.


약발이 잘 받을 거 같습니다?


저는 평소 약을 자주 복용하는 경우가 아닌데다 정녕 저에게 효능이 없더라도 괜찮았습니다. 보수적으로 일년에 몇 알은 먹는다고 했을 때, 하물며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일반인의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효능을 기대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복용법대로 먹어보기로 했고, 복용 전후로 비교하고 싶은 부위나 증상을 눈여겨 보기도 했습니다.


당장 약국으로 갔습니다.  


"원료가 없어서 안나와요. 이 주변 약국들 다 마찬가지일거에요."


첫 약국에서 제대로 퇴짜 맞았습니다. 주변 약국 재고까지 언급합니다.

정말 퇴짜였다기보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고 선수친 거 같았습니다?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거기는 당연히 없죠. 그 약국은 나이있는 분들이 많이 가는 곳이에요."


그렇게 수중에 한 알 얻기가 어렵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며칠 뒤, 신랑이 알벤다졸 20정을 사가지도 들어옵니다. 한 상자당 2알이 들어가 총 10상자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회사 근처 약국에 가서 알벤다졸 달라고 했더니 약사가 유튜브 봤냐고 물어보던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이 샀어요?"

"식구가 5명이라고 했죠."


우연히 접한 정보에 호불호가 갈릴 법도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행동으로 보여주네요. 그렇게 알벤다졸 복용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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