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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May 10. 2020

17. N극과 S극 사이, 글을 쓴다는 건

사과를 보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붉은 색, 아삭아삭, 동그란 모양 등을 이야기 하는 사람과

과수원, 할머니, 건강 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격유형을 검사하는 MBTI에서 전자는 감각형 S 성향이, 후자는 직관형 N 성향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감각형 S 성향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오감을 통해 직접 경험한 정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구체적 표현을 합니다. 실용성을 추구하며 현실적이라 현재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직관형 N 성향의 특징은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며, 추상적 표현을 합니다. 미래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저는 S 성향이며, 신랑은 N 성향입니다.




"반대되는 성향의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살아가려고 결혼하는 거 아닐까요?"


현실의 S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합니다. 일상에서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직관의 N은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현실의 S는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은 다르다고 말하지만, 직관의 N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라고 합니다.


딸 아이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현실의 S는 혼자 준비하는 거 같습니다. 태어난지 1년되는 축하하는 자리를 위해 업체를 예약하면서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일은 터졌습니다.


식사 장소, 돌스냅 촬영, 돌상 업체, 헤어, 메이크업 예약, 한복 대여업체 물색까지 모든 게 빠듯한 시간 안에서 예약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그 자리를 빛내줄 친정가족이 행사 당일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약장소와 시간을 변경하면서 친정식구들에게 확실하게 전달이 안 된 이유였지요.


"1시 30분 시작 아니었어요?"

1시 30분 예약으로 알고 출발한 친정식구들을 뒤로하고 그 날의 돌잔치는 11시에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일에는 손님들 맞이하며, 행사하느냐 누구를 살피지 못했습니다. 그 날 저녁이 되어서야 돌 스냅 촬영 원본을 확인하며, 시간대별로 찍혀 있는 사진 속에서 그 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친정식구가 없이 진행한 돌잡이, 채 10분이 되지 않았지만 마음의 공백이 느껴지는 건 한동안 기억될 거 같았습니다.


“친정 식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돌잡이행사는 더 지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양가 식구가 모여서 축하한다는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누군가는 상황을 환기시킬 질문도 없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데 신랑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어찌나 밉던지요. 물론 그런 상황을 만든 제가 신랑은 못믿어웠겠죠.

 

하지만 상황은 벌어졌고 같이 해결책을 찾는 게 맞았을텐데, 저도 뒤늦게 그 날의 사진들을 보면서 신랑과 저 사이에 그런 일말의 대화는 빠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러웠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일의 경중을 떠나 마음이 어려운 순간은 있을텐데, 그런 순간에 부부가 마음의 위로가 되지 않으면 일은 지나가더라도 마음의 공허함은 남아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상하다고 말을 할 수도, 하기도 싫었습니다.

“당신이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 핑계되는 건가요?”

돌아오는 답변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실수를 떠나, 잘잘못을 떠나 제가 느꼈던 감정은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 극에 달한 그 날 저녁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물꼬를 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의 S가 직관의 N과 좁혀지지 않는 성향 차이로 인한 대화의 부재함을 스스로 채우기로 결심한 날입니다. 작가신청을 해야한다기에 담담하게 제소개와 글을 적었습니다.



5월 4일

1년 전 제가 한 아이를 세상에 낳은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 날입니다. 그리고 그 딸아이의 돌잔치를 기폭제로 제가 수면 위로 나오기로 나와 신청한 글이 수락된 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첫번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가정교육이라는 말처럼 부모의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배우고, 부모의 관계를 보며 상호작용을 배웁니다. 딸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교육의 하나로 부모간 대화는 점점 중요해지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의 S와 직관의 N이 나누는 대화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가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반대 성향의 대화 간극을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각자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간과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저로부터였습니다. 저를 가장 잘 인정하고 표현하는 방법으로 글을 게재하기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려는,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자기 안에서 깨우려는 의지가. 우리가 본능적으로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고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류시화




“안 자고 뭐하고 있습니까?”


현실의 S양, 저 답고, 저를 지키고, 제 삶을 사랑하기 위한 통로가 된 그 날, 그간의 에피소드를 적어내며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갈 숨구멍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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