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가장 큰 경험은 저와는 성격이 다른 신랑과 살아간다는 것이고, 다른 큰 경험은 서로 다른 그 둘 사이에 소중한 딸을 출산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산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랍니다. 저는 관련 전문가들의 영상이나 글을 통해서 출산 전 가진통이 온 시간부터 진통 진행시기에 대해 예측을 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순탄하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5월 4일 오전 7시 무렵
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보통 임신 후기에는 1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고 하지만, 37주 이후로는 언제든 아기가 나와도 된다고 해서 딸 아이 태명인 기쁨이가 보내는 신호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정상범위에 드는 사람이라면, 예정일 전후로 자연적으로 출산신호가 올 거라는 생각과 양수가 먼저 터진다는 등 이상신호나 응급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제일 먼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내원하는 병원이 5분 거리였습니다.
출산후기를 보다보면 태아의 상황이 역아 등 자연분만이 어려워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열외하고, 40주가 되지 않았는데 유도분만 날짜를 잡는다든가, 유도분만이 어려워져 수술로 전환하는 경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태아의 신호를 기다리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다만 저도 40주 가까워지니 태아 머리 크기가 어느정도까지 커질까 궁금했었고, 그런 의미에서 초음파 진료가 기다려진 건 있었습니다.
5/2일 목 (40주2일)
40주가 넘어가니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옵니다. 예정일이 지난데다 그 날은 담당 의사가 휴진이니 시일 내에 내원하라고 했었지요. 초음파 정기검진은 신랑과 해왔었기 때문에 다가오는 토요일에 같이 다녀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 5월 3일 (40주 3일)
낮잠을 자고 일어나 16시였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이슬이 비쳤습니다. 이슬이라 해서 투명할 거 같은데 그 말이 무색하게, 당황하게 만드는 선명한 붉은 색상에 바로 산부인과에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혈이에요!”
병원에서는 가능한 빨리 내원하라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검색해보니 이슬 같습니다. 왜냐하면 격한 움직임이 있던 것도 아니고, 낮잠 자다 일어난 직후였기 때문에 이슬이라 확신했습니다.
이슬이 비친다고 병원에 바로 가는 건 아니라는데, 가야 할까요, 말까요?
참고로 이슬이란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과 자궁벽이 벗겨지면서 나오는 약간의 점액과 혈액으로, 이슬이 나타난 뒤에는 대개 진통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슬이라는 걸 알았지만, 한 번 정도는 초음파로 태아 상태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겸사겸사 병원에 들립니다.
태아 안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NST(NON STRESS TEST) 태동검사실로 먼저 안내하는데, 출혈이 아닌 이슬이라는 걸 알아버린 이상 태동검사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슬인 줄 알았으면 집에서 가진통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 말이죠. 오히려 제가 원하는 초음파 진료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예정일이 지났다해도 NST 결과에 따라 태아가 안녕하면 출산일을 더 지켜볼 수 있는 지표가 되요.”
병원에서 신뢰하는 방식이지만, 초산은 예정일을 넘겨 나올 수도 있고 입원하면 태동검사, 내진 등 일련의 수순들이 진행이 될거라 저는 초음파 진료를 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초음파로 기쁨이 심장소리를 잘 확인하고, 머리 크기도 10cm가 넘어가지 않고, 혹시라도 4킬로 넘어가면 어쩌나 싶었는데 예상 몸무게는 3.6-3.7kg 였으며, 실제 3.7킬로에 태어났습니다.
“내진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담당의사분은 거침없이 의견을 말하는 제가 조금 무섭다며 내진 여부를 물어옵니다. 자궁문 열린 정도만 확인한다기에 100프로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내진을 했습니다.
“자궁문 3센티 열려 있습니다.”
보통 자궁문 3-4cm 열릴 때 무통주사를 투입한 출산후기들을 봐와서 지금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건가 싶습니다. 다만 확실한 하나는 가진통 신호조차 없다는 거였습니다. 이슬이 비추고 나서도 사람마다 진통 오는 시간이 다르다니 집으로 돌아가 가진통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18시 저녁
병원을 나와 동행했던 친정엄마와 저녁을 먹습니다. 마지막 만찬이라기보다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거 같은데 밥 먹으려고 앉으니 신기한게 가진통이 살살 느껴집니다.
평소 생리통이 있는 편은 아니라 자궁문이 조금씩 열린지도 모를 정도로 둔한가 싶지만, 수순처럼 이슬 비치고 가진통이 왔습니다. 아직은 친정엄마랑 웃으면서 얘기하며 밥 먹을 수 있지만, 미리 신랑한테 부탁해놓습니다.
“참치김밥 포함해서 김밥 3줄 사오세요!”
상황상 진진통이 와서 병원에 입원할 때는 새벽시간대라 김밥 준비해달라고 전화했습니다. 입원하면 이뤄질 관장 등, 수액을 꽂고 분만 준비를 하기 전에 뭐라도 먹어둬야 힘주기할때도 힘 안 딸리고, 무엇보다 배고프면 제가 신경이 예민해지니 말이죠.
집 근처 김밥집이 문을 닫았다해서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있는데 신랑이 한참이 지나도 안 옵니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려나요?
22시 치킨타임
잠시 뒤, 치킨 한 마리 사들고 들어옵니다. 이슬 보기 전까지는 뒤돌아서면 배고프더니, 조만간 출산할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평소 식욕만큼 당기지 않습니다.
견계생심
눈 앞에 치킨, 냄새 고소하게 올라오니 한점 두점 입으로 들어가기는 합니다.
22시 30분 샤워하기
가진통은 약 6시간 이어진다고 했을 때 그 날 자정까지인데, 혹시라도 진통간격이 더 짧아지면 다른 생각 미처 못 들까봐 미리 씻어야 할 거 같습니다.
5/4일 01:00 a.m
자연관장은 1-2주 전부터 시작된 거 같습니다. 당시 진통 후 휴식은 10분 정도 이어집니다.
잠을 자고 싶은데 진통오는 동안 누워있어도 되는건가요?
느긋하게 하루 이상 예상해야 하는지요?
진통 후 출산까지 평균 12-15시간 예상해야 한다는데 첫 아이라 감이 안옵니다.
참고로 저는 병원에 도착해서는 관장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가진통을 겪으면서 자궁문이 10센티 모두 열려 있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5/4일 03:00 a.m
병원으로 이동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진통 후 휴식시간이 5분에서 조금씩 줄어드는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직감적으로 병원에 가야한다고 느낀 거 같습니다.
5/4일 04:00 a.m
짐 들고 이동하고, 이동 중 진통 올 때면 멈춰서고 평소 잘만 다니던 도로인데 조금만 덜컹 거려도 출산 임박한 산모는 그 강도가 달리 느껴집니다.
“천천히, 천천히 운전하세요.”
차로 5분 거리인 병원인데 도착해서 환복하니 3시 50분 되어갑니다. 태동검사기 달고 내진합니다.
“이미 자궁문이 10cm 열려있는데요?”
“어떻게 참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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