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에 대한 생각
아침 저녁으로 날이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외투를 입지 않으려는 너를 볼 때면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의학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신진대사가 빨라 어른들에 비해 체내 열이 약간 높다고 한다. 한창 자라나는 시기라 몸도 마음도 열(정)이 가득한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조용히 외투를 가방에 넣는 것으로 대신한다. 쌀쌀한 오늘 날씨에도 어김없이 "외투 안 입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너의 투정을 건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빠는 한 달만에 헌혈을 했다. 2주에 한 번씩 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내가 원할 때 헌혈을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말이 나온김에 오늘은 헌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빠가 헌혈을 처음 시작한 건 18살 때쯤이이었다. 처음 시작의 계기는 '영화 티켓을 받을 수 있다.'는 다소 불순한 의도였다. 용돈이 부족한 학창 시절, 두 달에 한 번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였다. 더욱이 헌혈의 집에 비치된 만화책과 무료로 제공되는 과자 및 음료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었지. 간혹 엄마(너에게는 용이 할머니)가 실컷 음식해 먹였더니 피 뽑고 오냐며 뭐라고 하실 때도 있었지만 헌혈을 하면 몇 가지 건강검진을 해줘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한창 자라나는 시기라 새로운 피가 생성되어야 하는데 규칙적으로 헌혈을 하면 오히려 피가 깨끗해 진다는(?) 미확인된 논리로 설득을 시키곤 했단다. 그렇게 시작했던 헌혈 횟수가 이제는 65회가 되었더라. 군대에 있을 때와 해외에 파견 나가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 10여년 동안 한 것치고는 꽤 많이 한 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서 200회를 채우는 것이 목표란다.
시작은 불순했지만 어찌 되었던 누군가를 돕는데 직접 실천을 한 것 자체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아빠가 헌혈을 하고 있을 때 겪었던 일도 이야기 해주어야겠다. 한참 헌혈을 하고 있는데(아빠가 한 헌혈은 혈장 체혈이라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이 헌혈의 집으로 들어 오더니 대뜸 "헌혈하면 얼마줘요?"라고 직원에게 묻더구나. 잠시간 직원과 이야기하던 그 사람은 돈을 주지 않는다는 말에 다음에 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보상에 상관없이 헌혈을 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별 희안한 사람이 다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치고 그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 분의 목적이 어쨌든 간에 헌혈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데 자신의 시간과 혈액을 기꺼이 나누고자 했기 때문이란다. 과거 아빠의 헌혈 시작 동기가 불순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처럼 그 분도 분명 타인을 위한 작은 실천이 먼 훗날까지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적십자(혈액을 관리하는 단체란다)에서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만 그건 경영자의 자질에 관한 문제이고, 이 단체에서 추구하는 "연민"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재력이나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타인을 돕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 "연민"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에 비해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연민이라는 조그만한 씨앗이 싹터서 나중에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이것도 다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꿈이겠지^^).
여전히 추운 날씨기는 하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너희들의 연민과 사랑으로 우리 세상 역시 온기가 넘치기를 기대해 본단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환기를 위해 열어 두었던 창문들을 닫아 놓고 너희를 맡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도 건강하고 신나는 하루를 보냈길 바란다.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