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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Oct 22. 2020

구름이 멍든 거 같아요

아이를 통한 깨달음

가끔 아이가 툭 던지는 한 마디가 물둘레처럼 은은하게 퍼질 때가 있다. 그날도 그랬다. 하늘 가득한 구름을 보며 '사슴벌레를 닮았네, 공룡을 닮았네' 하며 즐거워하던 아이가 툭하고 내뱉은 한 마디가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아빠, 구름이 멍든 거 같아요 


언제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너무나 흔해서 유심히 지켜본 적 없는 구름. 흰구름이나 먹구름이나 빛이 반사되는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질 뿐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구름. 그런 구름을 보고 아이는 말했다. 구름이 멍든 것 같다고.



 

아이는 자연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보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석가나 예수가 한 말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일 것이다(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 아마 아이처럼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면 종교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찾아 헤맨 이데아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일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삶(이라고 믿는 허상)을 쫓아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멍구름에 대한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동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큰 주제는 '환경보호'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느끼며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한계를 느껴서 안타까워했는데, 생각보다 둘째가 좋아해 줘서 용기를 얻었다. ^^


구름이라는 존재는 누군가의 간절함으로 탄생했고, 그 구름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성장하는 내용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점점 병들어가는 구름을 묘사했고 마지막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서 구름 본연의 모습을 찾아주자는 메시지를 넣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쉬움이 남지만 이 동화를 통해 나 스스로가 조금 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게 되었다. 친환경주의자이자 언제나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아내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어 주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 동화를 접하는 모든 분들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우리가 누렸던 자연환경을 비슷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https://youtu.be/CDJdd4sun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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