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불태웠어.
아내님을 학원에 내려주고 아이들과 장 보러 갔다. 첫째와 둘째는 함께 장 보러 자주 갔었는데 셋째까지 데리고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애 하나 더 가는 건데 뭐 괜찮겠지'하는 마음이었는데 실제로는 완. 전. 혼돈의 카오스!!!! 아기띠를 하고 돌아다니는데 2시간이 넘어가니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파 결국 셋째를 카트에 잠시 앉히고 아이들은 장난감 구경을 시켜 주었다. 다행히 셋째가 안정적으로 앉아있고 집에 장난감이 없다 보니 아이들도 장난감에 한참 동안 빠져있어 잠시 한숨 돌렸다.
15만 원을 예산으로 책정하고 아내님이 요청한 물건과 아이들 간식, 내복 등을 샀는데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려는 욕망 때문이었을까요? 결국 예산을 훌쩍 넘긴 25만 원어치나 장을 보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아내님에게 한 소리 들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고생했다며 오히려 칭찬받았다! 다음에는 은근슬쩍 내 물건 몇 개를 끼워 넣어야겠다. ㅋㅋㅋㅋ
장을 다 보고 아이들과 아이스크림도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둘째는 자기가 민트 초코를 골라 놓고는 맛이 없다며 먹질 않았다. 청개구리 같은 녀석...-ㅅ-;;; 결국 첫째와 치약 맛 아이스크림을 억지로 나눠 먹었다. 첫째 네 이 녀석 은근슬쩍 숟가락 내려놓는 거 다 봤다!!
아내님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아빠 도와서 물건 찾아 줬다.' '카트 밀어줬다' 등등 끝도 없이 잘한 일만 이야기 늘여놓았다.
네 녀석들이 카트 민 덕분에 두 배로 더 힘들었단다.
네 녀석들이 물건 찾느라고 마트를 몇 번이나 더 돌았단다.
입속에서 맴돌던 말은 차마 내뱉지 못하고 표정으로나마 아내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음에는 아이들 데리고 장 보러 간다는 말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냥 하던 대로 평소에 필요한 물건을 조금씩 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