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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Nov 26. 2021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

첫째가 4살 때쯤 달걀 알레르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땀띠나 모기 자국인 줄 알았으나 온 몸으로 붉은 반점이 퍼지는 걸 보고 알레르기임을 직감했다.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의사 소견에 따라 2년 정도 관리를 잘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 믿고 달걀이 들어간 제품은 모두 금했다. 달걀 제품을 제조한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도 구매하지 않았고,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구성성분을 모두 확인한 후 구입했다.


한 번은 동네 아주머니가 주는 빵을 마다하며 "저 달걀 알레르기 있어서 안 돼요."하고 말했는데, 아주머니가 "너희 엄마가 너 간식 못 먹게 하려고 거짓말한 거 아니니?" 하고 답했다. 물론 장난이셨겠지만 그 말이 나에겐 조금 큰 상처가 됐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 하나 제대로 줄 수 없는 마음, 아이답지 않게 한 번의 투정도 부리지 않던 첫째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형 때문에 둘째도 달걀이나 빵 구경하기 힘들었지만, 가족 모두가 그 시기를 잘 극복했기에 1년이 조금 더 지났을 무렵 첫째는 알레르기를 이겨냈다.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2주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어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서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려 노력하게 된다. 둘째는 알레르기는 없었으나 갓난아기 때부터 잔병치레가 있었다. 특히 중이염이 심해 병원에 가는 날이 많았다. 고름이 나올 정도로 심할 때도 있었는데 씩씩하게 잘 극복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


우리 막둥이 셋째. 얼굴이 울긋불긋해서 침독이 올랐나 싶었는데 몸에도 붉은 반점이 퍼진다. 문득 첫째 생각이 났다. 급한 마음에 병원을 찾으니 6개월밖에 안 돼 너무 어려서 검사하기 힘들다고 했다. 급한 대로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고 약을 먹이며 상태를 지켜보았다.



다행히 약효가 있어 피부가 돌아왔다. 하지만 어느 음식 때문에 그런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추측으로는 떡뻥, 배, 귤 중 하나인 듯한데 다른 제품을 한 제조시설에서 생산한 탓일 수도 있기에 확신하긴 어려웠다. 셋째가 7개월 차에 접어들어 첫째를 검사했던 병원으로 데려갔다. 역시나 너무 어리긴 하지만 기본 검사는 가능하다고 해서 피를 뽑았다. 


수십 번 헌혈을 하면서 내 피를 뽑을 때와는 다른 느낌. 차라리 피 뽑는 게 익숙한 내 피를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원래 잘 울고 울음소리가 큰 셋째지만 그날 울음소리는 유난히 서럽게 내 귀를 때렸다.




예전에는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사람 마음을 읽거나, 순간 이동하는 능력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바뀌었다. 다른 것 보다 타인의 아픔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이들 대신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꼭 그러고 싶다.



아픔을 흡수할 때는 고통이 확 줄어드는 버프도 같이 좀 줬으면... 헤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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