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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Nov 24. 2021

섰다!!!

직립보행이 멀지 않았네^^

베란다에 짐 보관용으로 건조기 선반을 설치해놓았다(원래는 세탁기 위에 올려야 하는데 집이 작아서... 크흡...). 집에 옷장도 없기 때문에(우리 집에 있는 건 뭘까?) 보통 계절별 옷을 정리해 놓는데, 끝부분에 약간 공간이 남는다. 매의 눈을 가진 첫째와 둘째에게는 적당한 놀이터! 기어이 케리어를 밟고 올라가 논다. 혹여나 모서리에 찍히거나 떨어질까 봐 내려오라고 몇 번을 말해도 안 먹혀 호통을 친다.


으쁘그 위흠흐드그 을르그즈믈르그 해찌!!!


내 호통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희희낙락 거리며 더욱 신나게 논다. 내가 호통치는 모습도 이제는 놀이처럼 생각하나 보다. 아빠의 위엄은 어디로...ㅎㅎ 그런 우리들 모습이 재미있는지 셋째가 다가와 한참을 쳐다본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랬는데... 함께 놀고 싶은지 형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셋째가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아이들을 확인하는데 읭??? 셋째가... 섰다!!! 아내님 여기 좀 보세요. 셋째가 섰어요. 우리 셋째가 섰다! 섰어!!!


기어 다니다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벽을 짚고 일어서게 되었다. 가끔 엉덩이를 번쩍 들고 씰룩씰룩거리더니 다리에 힘이 꽤 생겼나 보다. 형아들이랑 빨리 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건가? 어쨌든 첫째와 둘째 덕분에 셋째가 폭풍성장하고 있어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


그건 그거고 으쁘그 을른 내러으르그 해따!!! 이눔시키들!!!


셋째의 뒷모습만 봐도 기쁨 가득하다. 매일매일 궁디팡팡 해주고 싶은데... 주말부부라 자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어느 신문 사설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에 신경 쓰세요."하고 조언하셨다. 나에게 딱 맞는 조언이라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양은 부족하더라도 양질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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