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해 깨닫다
아이들 마음은 늘 따뜻한 여름이기를...^^
날이 추운데도 아이들은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집에 티브이와 장난감이 없어서 그런 건가 싶어 간혹 미안할 때도 있지만, 역시나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놀며 생물을 관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며칠 전에는 어린이집을 다녀오자마자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르는 메뚜기나 잠자리를 잡고 싶다며 공원에 가자고 졸라댔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하루 종일 집안일에 셋째를 안아준다고 어깨가 빠질 거 같은데...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고 싶은데... 그냥 티브이를 다시 살까 싶었다. ㅎㅎㅎ
게으른 엉덩이를 바닥에서 떼어 집을 나섰다. 날이 추워 아이들 손이 시릴까 봐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붙잡고 나란히 걸었다. 나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겨울이 되면 자동으로 인간 난로가 된다. 더운 날은 손에 땀이 차기도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나 추운 날에는 상당히 유용해진다. 이건 이거대로 참 고마운 일이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첫째가 물었다.
"아빠는 왜 이렇게 손이 따뜻해?"
"윤이 손 따뜻하게 잡아주려고 그러지."
"그럼 나 태어나기 전에는 어땠어? 그때도 따뜻했어?
"그때는 엄마 손 따뜻하게 잡아주려고 그랬을 걸."
"그럼 엄마 만나기 전에는?"
"글쎄. 그전에는 따뜻했나? 차가웠나?"
"아빠 변온동물이야? 어떻게 몸이 차가워지고 따뜻해져!!!"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깔깔 거리며 웃는다. 읭??? 도대체 웃음 포인트가 어디냐? 나도 좀 알려주라. 같이 웃게. ㅎㅎㅎ 여하튼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언제부터 열이 많았고,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체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손을 마주 잡은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사람.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하루도 조금씩 깨닫고 성장한다. ^^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