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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Dec 16. 2021

지금, 여기, 이 순간

아이 시선으로 바라보기

새벽같이 일어난 아이들이 공원에 가고 싶다고 난리 친다. 날이 추우니 해라도 뜨면 나가자고 겨우 달랜 뒤,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고구마를 입에 쑤셔 넣어준다. 달달한 고구마가 입에 들어가니 그나마 조용해지는 아이들. ㅎㅎ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해가 뜨는 것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공원으로 나갔다. 추울 줄 알았는데 해가 떠서 그런지 제법 따뜻했다. ^^



오래간만에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곳곳에 곤충들이 보였다. 곤충들 대부분이 수명을 다할 시기라 걱정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두운 갈색으로 위장한 좀 사마귀 두 마리와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던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잡았다. 확실히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곤충친구들이 굼떠 잡기는 수월했다. 


쉽사리 잡힌 곤충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조금 더 따뜻할 때 세상에 나왔다면 먹이를 잡기도 살아남기도 쉬웠을 텐데 시절을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다 이내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시대를 잘 타고나서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서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하는 것은 우리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오늘 만난 곤충들도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존재하며 삶을 이어나가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잠시 혼자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아이들이 곁에 다가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떠들어댔다. 아이들은 이렇게 많은 곤충들이 자신들을 반겨줬다며 공원에 오길 잘했다고 엄청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냈을 작은 생명체들. 그들을 통해 한 번 더 웃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모든 존재에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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