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배워간다
어릴 때 첫째는 회전목마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아이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회전목마는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타고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드는 아이를 보고 난 후 내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첫째가 머무는 곳 근처에는 신기하게도 회전목마가 있었고 아이는 원 없이 회전목마를 탔다. 이제는 질릴 법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오랫동안 회전목마를 탔던 거 같다.
어느덧 첫째는 9살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 회전목마가 시시해졌나 보다. 느린 속도로 고작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회전목마 대신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한 번은 롯데월드에 다녀와서 어떤 놀이기구를 탔는데 정말 스릴 넘쳤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아마도 자신이 용감하게 탔다는 사실을 나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거 같아 나 역시 과장된 리액션으로 화답해 주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야시장이 열려 아내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렀다.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미니바이킹이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가 함께 타겠다고 성화였다. 평소 같으면 무섭다고 타지 않을 아이들인데, 첫째가 의기양양하게 타겠다고 하니 둘째가 덩달아 타겠다고 불필요한 승부욕을 보였다. 조금 염려스러웠던 아내님은 두 번 세 번 확인했으나 아이들은 흔들림 없었다. 바이킹을 정복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왠 걸! 한참 신나게 타던 도중 사색이 된 둘째가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놀란 아저씨는 급히 바이킹을 멈추고 아이들을 내려줬다. 아내님은 둘째를 안정시키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도중에 첫째가 말이 없어서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 자신도 무서웠단다. 둘째가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자기가 멈춰 세웠을 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아이들은 바이킹에 대한 공포심만 생겼다. 나중에 조금 더 성장한 후 진짜 바이킹을 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아마도 못 탈 듯?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건 한참 뒤로 미뤄야겠다.
아이들은 뭐든 다 잘할 수 없다(물론 어른도 마찬가지).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아두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하게 만용을 부리면 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배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