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 육아일기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세상 모든 것이 신비롭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셋째는 물론이거니와 제법 형아 티가 나는 7살 둘째, 이제는 책에서 접하는 지식이 더 많은 첫째에게까지 여전히 세상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길을 걷다가도 낯선 것이 나타나면, 아니 이미 익숙한 것을 발견해도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런 아이들 덕분에 나 역시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고, 같은 것을 보더라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본다. 그런 까닭에 불혹에 들어선 나조차도 세상은 여전히 신비롭다.
장모님 혼백을 모신 절을 찾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49제 전에 한 번 더 들리기로 했었다. 이번에 찾은 날도 날씨가 맑고 곳곳에 꽃이 가득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가족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나무 그네에 앉아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은은한 꽃내음에 몸을 맡기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한동안 그네를 타던 아이들은 좀이 쑤셨는지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맨홀 사이로 둘째가 올챙이를 발견해 소리치자 아이들이 모여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납작하게 엎드려 안을 들여다본다. 이런 곳에 정말 올챙이가 있나 싶어 아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정말 올챙이들이 제법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지나가던 스님께서 개구리도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에 아이들은 개구리를 찾기 위해 더욱 납작하게 엎드렸다. 결국 개구리를 찾진 못했지만 나중에 올챙이가 성장해 개구리가 되면 이곳을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때 아닌 논쟁을 벌어졌다. 발바닥 접착력이 좋은 청개구리면 빠져나오는데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개구리라면 빠져나오기 힘들겠다는 동물박사 첫째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떴다. 어쨌건 올챙이들이 잘 자라서 다음에 왔을 때는 성장한 모습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쉬질 못했다. 공원으로 가자는 아이들 성화에 다시 길을 나섰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막내 씽씽카를 밀어주고 있는데 둘째가 검은 오리가 있다며 소리를 질렀다. 연못 가까이 다가가보니 평소 청둥오리들만 가득했던 곳에 오늘은 다른 친구가 와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새 덕분에 아이들은 공원 난간에 매달려 구경하기 바빴다. 이윽고 첫째가 입을 열었다. "저건 분명 노랑부리오리야." 둘째와 셋째는 형아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새에 관해서 첫째보다 아는 게 없지만 오리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오리가 아닌 거 같다는 내 말에 첫째는 구글찬스를 쓰자고 했고 구글랜즈에 찍힌 사진에는 민물가마우지라고 떴다. 가마우지인 거 같았다는 첫째(불과 1분 전에 오리라며...ㅋㅋㅋ) 말에 실소를 감추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생물에 대해 배우는 값진 시간이었다. 한참 뒤 가마우지가 떠나고 셋째는 짹짹이가 날아갔다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가마우지 친구도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거나 지저분한 곳을 헤매는 걸 참지 못했다. 옷이 더러워지기도 했고 아이들 건강도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 둘째, 그리고 셋째를 키우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건 내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간섭이었다. 아이들이 조금 지저분해지거나 옷이 더러워진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집으로 돌아와 묵은 때를 깨끗이 씻겨내면 그만이다. 흙이 묻었다고 아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무엇이 그렇게 궁금했는지, 그 궁금증은 모두 해결되었는지 물어보는 아빠가 되어간다. 아이들 덕분에 나 역시 조금씩 성장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세상 모든 걸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