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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Dec 10. 2024

행복은 매순간 존재한다

이천 도자기 체험

가족들과 함께 이천에 위치한 도자기 마을로 체험을 갔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각자 원하는 모양을 선택한 후 만들기에 돌입했다. 각자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하니 그럴싸 해보였다. 자기가 완성되기까지 10주가 걸린다고 했으니 크리스마스 전에는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아내님은 셋째 것까지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 장난치면서 자꾸만 방해하는 셋째와 그걸 몸으로 막으면서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준 아내님. 다행히(?) 셋째는 금방 실증이 났는지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걸 구경하다가 길게 말아준 흙을 가지고 놀았다. 셋째가 다른 곳에 한 눈을 파는 사이 아내님은 본인 자기와 셋째 자기를 완성해 갔다.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하지만 단아한 꽃 그림이 인상적인 작품이 될 거 같았다. 나중에 완성된 자기에 음식을 담으면 더욱 환상적일 거 같다. 둘째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기를 만들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도장을 찍고 색칠까지 완료했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대성통곡하는 둘째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와 첫째는 용을 그렸다. 진흙에 그리는 거라 낯설기도 하고 진흙 잔해가 옆으로 묻어나와서 애를 먹었다. 첫째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한참을 씨름했다. 한참 잘 만들던 첫째가 갑자기 다시 만들고 싶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미 체험 시간이 상당히 지났고 다시 만들기를 어려운 상황이라 나와 아내님, 그리고 선생님까지 달려들어 수정을 도와주었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첫째는 입을 삐쭉거렸다. 다시 만들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체험을 마무리 하면서 첫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 툴툴 댔냐는 듯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설레였고,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자기가 완성되면 개인 접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모두 즐겁다고 했다. 비록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결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러운 하루였다고 한다. 특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린 이천 쌀밥 정식은 정말 맛있었는데, 태어나서 먹은 밥 중에 제일 맛있다며 행복해 했다.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걸 먹으면 금방 행복해지나 보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져서 즐겁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첫째는 아까 툴툴거렸던 게 미안했나 보다. 자기를 만들 때, 그림을 그리거나 레고를 만드는 것처럼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고 한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 욕심을 내다보니 원하는 모양과 색깔을 입히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최고로 즐거운 하루였다고 했다.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진심을 느끼는 순간 '매순간이 행복할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은 늘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아이도 그걸 느꼈을 거 같다.


자기가 완성되기까지 10주. 그 사이 아이들 기억에서 오늘 하루 일이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성된 자기를 받을 때면, 분명 오늘 만들었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릴 거라 믿는다. 언제나 우리 삶을 되돌려 기억 할 때면 지금처럼 행복한 추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기를, 그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 삶을 가득 채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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