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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Jan 05. 2025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차곡차곡 쌓이는 행복한 추억

아내님과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지고 약속했었다. 아무리 바빠도 1년에 5일은 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장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업무 특성 때문에 지방을 전전해야 했고, 몰려드는 일과 스트레스 때문에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이가 셋이 되면서 더 알뜰하게 살림을 해야 한다는 아내님도 해외여행 이야기를 쉬이 꺼내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조금 더 형편이 좋지 않다. 일을 쉬고 있는 탓에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님은 해외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더라도 내가 쉬고 있을 때 가야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내 생각도 아내님과 다르지 않았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까운 곳에 다녀오려고 한다.


해외여행 이야기가 나와 우리가 마지막으로 다녀온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았다. 2019년 3월 방콕이 마지막이었다. 벌써 6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그 사이 첫째와 둘째, 그리고 셋째까지 부쩍 자라 버렸고, 결혼 10주년 때 계획했던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못했다. 돌이켜 보니 아내님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언제나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해 버리는 남편이지만, 끝까지 믿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족들이기에 마음 한편에 바위가 얹힌 것 마냥 무거워졌다. 내색하지 않고 방콕여행 때 찍은 사진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둘째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셋째는 태어나기도 전인데 자기도 가본 것 마냥 떠들어 댔다. "온이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라고 말하니 갑자기 자기도 여행 가고 싶다고, 비행기 타고 싶다고 떼쓴다. 그냥 흘려들을 걸 괜히 딴지 걸었다. 첫째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고 했다.


특히 수영장에 실컷 물놀이한 것과 방콕에 사는 삼촌들을 만나서 식당 안에 있는 수족관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은 행복한 기억이 남아 있다고 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방콕'이라는 말만 들어도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리곤 눈을 지그시 감고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더없이 행복하고 온화한 미소를.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행복이라는 감정이 충만해진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다.


여행은 그런 것 같다.
설레임과 따뜻함 가득한 추억.
언제든 다시 떠올렸을 때 함께 웃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추억.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추억.
그 장소와 시간과 사람과 감정을 떠올렸을 때 가슴 가득 충만해지는 추억.
그렇기에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꼭 여행을 떠나야겠다. 가족들과 함께 나눌 추억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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