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현재 소음이 95DB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계 알람이 울린다. 기계 알려주기 전에 내 귀가 먼저 반응한다. 혹시나 귀에서 피가 흐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 괜스레 손으로 쓱 닦아 본다. 다행이다. 피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만 뭐가 흐르는 기분이다. 내 인내심인가 보다.
과도한 소음과 높은 주파수는 내 귀청이 떨어진 듯한 착각과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듯 머리를 울리기에 충분하다. 도저히 글 쓰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다. 점점 열이 머리 쪽으로 쏠린다. 부글부글 끓다가 터질 거 같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미소를 띠며,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결국 형들 틈에서 넘어진 셋째가 울음이 터뜨리고 내 머리도 함께 터진다.
"그으으으으마아아아아아아안!!!!"
김경호와 같은 샤우팅에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첫째(땡 해주고 싶다),
후다닥 방으로 피신하는 둘째(잡으러 가고 싶다),
놀라서 울음을 꾹꾹 삼키는 셋째(귀... 귀여워!!!).
다시 한번 심호흡하고 셋째를 안아준다. 첫째와 둘째에게는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이해한 듯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흩어진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다시 한데 뭉치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내 귀와 머리는 작동을 멈춘다. 어쩔 수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과 어울려야 간신히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결국 글쓰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책 읽기도, 집안일도 뒤로 뒤로 미룬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건만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ㅠㅠ 그래도 뭐... 이런 생활이 그리 나쁘진 않다.